기타는 왜?26_Why AC/DC Matters? (1)

SERIES, 해외음악여행기 — By 더부룩 on 8월 18, 2010 at 4:49 오후

에이씨디씨.

그 이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이미 뉴질랜드 남섬, 픽턴Picton이라는 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북섬의 웰링턴(아, 그런데 뉴질랜드의 수도가 웰링턴이라는 거 아시는지요?)을 페리로 연결하는 항구가 있는 이 곳은 사람과 차로 빼곡 들어차 도저히 버스가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잠에서 깨어나 밖을 바라보니 사람들과 차들이 저마다 배에 탄다고 난리법석이었다. 내 앞자리에 앉아 있던 긴 금발의 예쁜 누나가 물어본다.
“기사 아저씨, 평소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요?”
“아녀, 평소엔 이렇게 안 많어… 이 친구들을 흥분시키는 건 아마도 AC/DC밖에 없지.”
그러면서 사람들을 가리킨다. 아, 자세히 보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AC/DC 티셔츠를 입고 있다.
“오늘인가 내일 웰링턴에서 AC/DC 콘서트가 있다는구나. 허허, 뉴질랜드 남섬 친구들 지금 다 거기로 가는 건가보다.”
버스는 30분을 서 있다 겨우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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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AC/DC면 70~80년대가 전성기였던 한물 간 밴드 아냐? 이제 다 할배 되서 걸걸 거리는 거 아님?

뉴질랜드에서도 멜번 거리 곳곳에 붙어있던 AC/DC 콘서트 포스터를 보면서도 드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 할아버지들의 앨범이 잡지에서 뽑는 ‘락 100대 명반’ 등의 리스트에 항상 끼어있는 건 알고 있지만(뭐였지? Back in Black이었나? Back to black이었나?), 나에겐 보러 갈만한 돈이 없었고, 특히 열정이 없었다. 노래도 전혀 모르는 데다 내 음악 취향이 메탈-하드롹 쪽도 아니라서(내 취향은 거의 라디오헤드-인디-팔세토-브릿팝의 적자 수준이었다) 별 감흥도 없었다. 콘서트도 세 번씩이나(2/11, 2/13, 2/15) 한다니 인기가 많은 것 같기는 한데 말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알게 모르게 점점 달아오르는 멜번 거리의 모습은 나를 고민에 빠뜨렸다. 하루가 지날 수록 조금씩 거리에 ‘AC/DC’나 ‘Hells bells’라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며칠 전 여자친구와 멜번 거리를 거닐던 무렵이었다. 간만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암울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고, 어떤 열기가 느껴졌다. 열기인지 술기인지 왠지 모르게 붉은 얼굴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고, 거리 여기저기서 ‘hell’과 ‘fuck’이 자주 들려왔다. 물론 그 단어들이 가장 잘 들리긴 하지만, 이렇게 자주 들리진 않는데 말이다. 그제서야 나는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열 명중 한명은 AC/DC 티셔츠를 입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날이 2월 11일, AC/DC의 멜번 콘서트 첫번째 날이었던 것이다. 내 앞으로 다 낡아 빠진 ‘Highway to Hell’ 티셔츠를 입은 할아버지가 물을 튀기며 지나갔다. 호주 친구들에게 AC/DC는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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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두 달 넘게 붙잡고 있던 빌 브라이슨의 호주 여행기를 다 읽고 Polyester Record라는 멋진 음반점에 들러 책을 샀다. 폴리에스터 레코드는 멜번의 몇 군데 음반 가게 중에서 가장 괜찮았고, 여러 음악 관련 책도 팔고 있었다(가끔씩은 샵에서 공연도 열렸는데, 나는 이미 The XX의 깜짝 공연을 놓친 경력이 있었다ㅜㅠ). 픽시즈에 관한 책(Pixies : Doolittle)과 윌코에 관한 에세이(wilco: Learning how to die)를 사면서 계산해주는 점원한테 물어 봤다.
“저, 저기, 호주 분이시죠? 에이씨, 에이씨/디씨가 이번에 콘서트를 하잖아요, AC/DC는 당신들한테 무슨 의미인가요? (말을 더듬은 건 원래 영어를 못하는 데다 점원이 이쁜 여자였기 때문에 더 그랬던 듯 하다ㅋ)”
그녀가 살짝 생각해보고 웃더니 대답했다.
“음, 사실 저는 AC/DC 별로 안 좋아해서 잘 모르겠네요.”
“으음, AC/DC가 구식 취향이긴 하죠.”
“그렇다기 보단 제가 하드락이나 메탈 쪽으로 듣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인디 음악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레코드 샵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이 그렇게 AC/DC를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내 눈으로 직접 보는게 답일 것 같다고 생각하며, 나는 LP들을 뒤적거리다 듣기 좋은 호주 뮤지션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아까 윌코 책 샀었죠? 라면서 그녀는 Kid Sam과 Seagull, Touch Typist등의 듣도 보도 못한 뮤지션을 추천 해주었다.
“사실 멜번 로컬 뮤지션들이에요(그러면서 자기가 관련 음반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을 한 것 같은데, 영어가 짧아서 확실히 알아듣지는 못했다). 참 좋은 음악을 하죠.”
“그렇군요! 확실히 영국이나 미국에 비해 여긴 같은 영어권인데도 음악 정보 찾기가 힘든 것 같아요.”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는 작년에 데뷔 앨범을 냈다는 포크 듀오 Kid Sam의 음반을 하나 골라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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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게도 그 날 저녁 나는 포럼 시어터Forum Theater에서 열린 욜라 텡 고Yo La Tengo의 공연을 보았다. 99불짜리 AC/DC 스타디움 콘서트를 보느니 차라리 54불 짜리 욜 라 텡고Yo La Tengo의 공연을 보러 가기로 한 것이다. 포럼 시어터는 예예예스, 윌코, 프란츠 퍼디난드 등 멜번을 거치는 왠만한 뮤지션은 다 공연을 하는 유서 깊은 곳이었고(나는 깜빡하고 매표소 직원에게 “아, 여기 팔라스 시어터Palace Theater-멜번 남부의 다른 공연장-는 참 아름답네요”라는 개드립을 치고 말았다), 공연장 안쪽은 중후하고 고전적인 느낌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물론 사운드가 좋았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나는 맨 앞 줄 앰프 바로 앞에서 그들의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사운드가 좋아서 그런건지(?) 그들이 만드는 모든 노이즈가 그대로 나에게 전해졌다. 하이라이트는 12분짜리 앵콜곡 ‘The Story of Yo La Tango’였는데, 마지막 3분 동안 그들은 노이즈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거짓말 한 푼 안보태고 앰프에서 비행기 이착륙 시의 공항 소리가 났다. 소리가 너무 커서 귀를 막고 싶었지만, 바로 앞의 욜라 텡고 멤버들 눈치가 보여서 막지도 못했다. 여행이 끝나고 귀가 나빠졌다면 반 정도는 이 친구들 책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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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 동안의 노이즈를 즐기고 밖으로 나와 숙소로 가는데, 역시나 AC/DC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도대체 호주 친구들에게 AC/DC는 어떤 의미일까? 이거 아무래도 나는 내일 AC/DC 공연도 가게 될 것 같다.


“You Can Have it All” by Yo La Tengo, 으읔ㅋ 후지 락 페스티벌 광란의 라이브!
(멜번 라이브에서는 춤추지 않았습니다)

http://kidsmoke.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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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1. ( ╹ ◡ ╹ ) 님의 말:

    < 메리웨더와 블러드뱅크 엘피의 위엄;;>
    욜라탱고 셋리스트는요?

  2. 아다마 님의 말:

    욜라탱은나도봤으니 패스… 가 아니라 사운드좋은데서 보면 확실히 다르긴하지 더우기 그런음악은 ㅠㅠ

    • 더부룩 님의 말:

      ‘나는 비행장 소음을 듣기 위해 비싼 돈 내고 음질 좋은 공연장에 오는 것인가’하는 회의가 들었어요. ㅋㅋㅋ

  3. 로로롱 님의 말:

    욜라탱고로 끝나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당연히 AC/DC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어요…다른 가게에 찾아가서 물어본다거나 AC/DC의 팬을 만난다거나…”나는 AC/DC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같이 마치 소설의 한 문구처럼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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