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는 왜?25_멜번에서 [수정]

SERIES, 해외음악여행기 — By 더부룩 on 8월 15, 2010 at 10:44 오후

뉴질랜드에서의 일정 마지막에는 퀸스타운에서의 4일 간의 트레킹이 있었지만 등산 이야기는 따로 적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나중에 블로그나 ‘월간 산’ 해외 트레킹 란에 적으면 괜찮을 것 같다). 나는 2주 간의 뉴질랜드 여행을 마치고 다시 호주로 돌아왔다.

1.
그래도 3달 정도 살던 곳이고, (삐져있기는 했지만) 여자친구가 있는 멜번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렜다. 퀸스타운 공항에서 이륙해서는 서던 알프스 산맥 사진도 찍고, 책도 읽고 하다 잠이 들었다. 시드니에 도착해서 멜번 가는 비행편을 바꿔 탈 때가 되어서야, 나는 내 넷북이 없어졌음을 알아챘다. 당황해서 패시픽 블루 승무원들에게 물어보니, 이미 퀸스타운 공항 플랫폼에서 주인없는 넷북을 찾는다는 방송이 나왔다고 했다. 노래를 듣는다고 방송을 듣지 못한 것이다.
중요한 자료가 들어 있다고 승무원들을 졸랐는데, 승무원들은 서로 멍청한 시선만 주고 받을 뿐이다. 결국 몇 명을 거쳐서 패시픽 블루 퀸스타운 지점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겨우 알아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지만 불통이다. 아마 그 곳 친구들은 다 퇴근 했을 것이라는 게 담당자의 설명이다. 나중에 연락하는 수 밖에 없다. 그 실랑이를 벌이니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렸고, 나는 겨우 시간에 맞춰 멜번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날씨는 갑자기 바뀌어서 엄청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기분이 걷잡을 수 없이 암울해졌다. 멜번에 밤늦게 도착해서 남는 숙소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진짜 뉴질랜드나 한국 어디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예전에 머물던 숙소보다 훨씬 비싸고 더러운 숙소에 짐을 풀어야 했다.

2.
2월 초였지만 아직 더웠고, 아침에 땀에서 젖은 채 잠에서 깨 창밖을 바라보자 옆 건물 옥상에서 수영을 하는 가족이 보였다. 햇볕은 미친 듯이 따가웠다.
백패커에서 일어나 앞으로의 여행을 준비하고, 점심에는 파스타를 해먹고, 여자친구를 만나고 집에 데려다 주는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멜번에서 보내는 마지막 일상이라는 것 정도만이 다른 점이었다. 여자친구와 머리를 맞댄 끝에 2월 중에는 태즈메이니아 섬을 같이 여행하기로 했고, 그 후 3월에 애들레이드로 가기로 했다. 그 후로는 계획이 짜여져 있지 않지만 아마 호주 중심의 울룰루로 가게 되거나 서부의 퍼스로 가게 될 것이다. 그 때 계획은 그 때 생각하기로 했다. 나에게는 멜번에서 누릴 수 있는 마지막 2주가 아직 남아 있었고, 그 뒤로는 적어도 7월까지 정처없는 떠돌이 생활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장을 본 후 손을 잡고 그녀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2.
멜번은 정말 축제의 도시다. 내가 처음 호주에 도착했던 11월에는 호주에서 제일 큰 경마 축제인 멜번 컵Melbourne Cup이 열려서 방 값이 반이나 비싸졌고, 1월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스트레일리아 오픈Australian Open이 열렸다(그리고 방 값이 반이나 비싸졌다). 뉴질랜드에서 도착한 2월 초에는 포뮬라 원Formula 1 Grand Prix때문에 나는 더 구질하고 더 비싼 백패커에서 머물러야 했다.
포뮬라 원이 잠잠해질 때 즈음 되자 멜번 남부의 해변 구역인 St. Kilda 페스티벌이 열린다. 작년에는 컷 카피가 DJ 셋으로 공연하였고 올해는 You am I가 공연한다고 한다.
“정말로 우리나라에서 뭔가 배워가야 할 것 같아?”
“뭐, 축제 때 모여서 마리화나 피는거?”
“아니, 그거 말고 ㅋㅋㅋ”

내가 들고 있는 론리 플래닛 책자에 따르면, St.Kilda 페스티벌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로레알에서 후원하는 멜번 패션 페스티벌이 열린다. 3월에 들어서면 푸드 & 와인 페스티벌이 열리고(으윽!), 코메디 페스티벌을 거쳐 5월에는 재즈, 8월에는 독립영화, 그러다보면 10월에 멜번 국제 영화제Melbourne International Film Festival가 열린다. 그럼 11월에 다시 경마 축제인 멜번 컵Melbourne Cup이 열려서 방 값이 반이나 비싸지고, 1월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스트레일리아 오픈Australian Open이 열리고, 또 방 값이 반이나 비싸지고, 그렇게 계속 돌아가는 거다. 정말 단어 그대로 1년 내도록 다양한 장르의 축제가 그칠 날이 없다.

“아, 방 값 올려 받는거?”
“으읔ㅋㅋㅋㅋ 그것도 그렇지만 비단 숙박업자 뿐만 아니라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어들일지 생각해 보라고.”
“근데 고작 축제 때문에 이렇게 먼 곳까지 여행을 오는 사람이 있긴 해?”

읔ㅋㅋㅋ 나잖아 그겈ㅋㅋㅋ

확실히 빅 데이 아웃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멜번 컵의 경우에는 호주 전역에서 많은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음이 확실하다(멜번 컵 때 멜번이 있는 빅토리아 주는 임시 국경일을 선포한다고 한다 -_-; 내가 그 날 이력서를 돌릴 수 없던 이유가 다른게 아니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오픈이나 그랑프리 같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전세계에서 끌어오는 관광객이 얼마나 될지, 그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풀어놓고 갈지 상상이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깐, 우리나라도 저렇게 문화장사 좀 하자 이거지. 멜번 봐봐, 페스티벌만 잘 갖춰 놓으니 일년 내내 쏟아져 들어오는 관광객이 얼마냐?”
“그게 말이야 쉽지.”

그건 맞는 말이다. 만들려면 제일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축제 아니겠는가. 뜬금없이 고향 생각이 났다. 자랑스런 칠곡군에서는 ‘칠곡군 아카시아 벌꿀 축제’라는 지역 축제를 열었는데, 처음 2년 정도는 흥하는 듯 하다가 결국 소리 소문없이 망해버리고 말았다. 처음에야 재미있지, 새로운 컨텐츠도 추가하고 이벤트도 열고 그래야 더 나은 축제가 되는 건데(하다못해 라디오헤드를 부르던가) 발전이 없이 계속 같은 내용으로 유지하다 보니 결국은 망한 것이다. 꾸준히 잘 열리고 있지만 작년 피부병 발병으로 데일리 메일에서 가장 더러운 축제Mud Glorious Mud로 선정된 보령 머드 축제도 떠올랐다. 역시 문화장사는 쉬운 일이 아닌 거다. 해는 이미 져서 어두워 지고, 나는 그녀를 바래다 주고 백패커로 돌아왔다.

2월 14일 St.Kilda Festival 마지막날, You Am I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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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은 축제가 있는 멜번이지만, 멜번에 사는 사람들의 관심은 그렇게 높지 않아 보였다. 매년 하는 축제라서 그런 지도 모른다. 정작 그들이 기다리고 있던 것은 또다른 의미의 축제, AC/DC 콘서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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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nday Bus” by Kid Sam. 멜버른 로컬 출신의 듀오 Kid Sam의 노래입니다. 작년에 로컬 씬에서 제일 많이 팔렸다고 하더군요. 노래가 참 좋습니다.

http://kidsmoke.egloos.com

*잌ㅋㅋ 내용이 너무 교육적이라서 망ㅋ했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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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1. ( ╹ ◡ ╹ ) 님의 말:

    여친도 있었어여? 의외다

  2. 로로롱 님의 말:

    별로 교육적이지는 않은데요…?

  3. 로그스 님의 말:

    사진 예쁘네.
    페스티벌 하나를 이어간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닌듯.
    단순히 컨텐츠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아카시아 벌꿀 축제는 뭐 하는 거임?ㅋㅋㅋ

    • 더부룩 님의 말:

      칠곡군의 고장 특산물 줄 하나인 아카시아 벌꿀을 홍보하기 위해 설립된 축제. 꿀벌수염붙이기, 봉침(벌꿀침) 무료 시술, 꿀 시음, 꿀요리 경연 등등의 다양한 컨텐츠를 매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축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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