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는 왜?19_빅 데이 아웃Big Day Out을 보다(2)
SERIES, 해외음악여행기 — By 더부룩 on 5월 26, 2010 at 7:45 오전이미 화요일(17화)에 디셈버리스츠The Decemberists의 단독 공연을 봤던 지라 다시 봐야 하나 살짝 고민이 되었지만, 첫 곡을 듣는 순간 그런 고민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The Tain이라는 20분짜리 헤비한 곡으로 나간다. 페스티벌이니 보다 강한 사운드가 관중들을 끌기에는 좋을 것 같다. 단독 공연과 셋리스트가 확 달라져서 좋았다. 단독 공연 때와 비교해서 멘트도 거의 하지 않고 계속 음악만 들려줬는데, 더 많은 노래를 듣고 싶었던 나에게는 그게 차라리 맘에 들었다(어차피 멘트를 해도 잘 못 알아 듣는다).
콜린 멜로이의 후덕한 모습. 포크 성향의 미국 인디는 전통적으로 다들 수염이 후덕한 멤버를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플릿 팍시스Fleet Foxes도 본 이베어Bon Iver도 그렇지 않나! 자리가 가까워서 좋은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어떤 사진을 찍을 수 있었냐며는
이거는..ㅋㅋㅋ 자세히 보면 이렇다.

어엌ㅋㅋ 역시 우리 뱃살은 빼고 봅시다.
오후 4시가 지나자 더위는 한풀 꺾이고 구름이 몰려온다.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잔디가 휘날리는 와중에 디셈버리스츠는 기러기 부인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Crane wife 1, 2, 3을 차례로 해 주었다. 그 15분 동안은 바람과 함께 동화같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더위는 잦아들고 바람은 상쾌하게 분다. 점심 때의 그 열기에 모두들 지쳤던지 모두들 미동도 하지 않고 디셈버리시츠를 듣는다.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다. 이번 빅 데이 아웃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다른 관중들은 그렇지 않은지, 다들 미동도 않고 서 있다. 혹은 잠시 쉬어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날이 워낙 더웠으니깐. 공연이 끝날 즈음이 되서 바람이 더욱 세차지고 비가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예상보다 훨씬 일찍 디셈버리스츠의 공연이 끝나고, 곧바로 옆 스테이지에서 호러스the Horrors의 공연이 시작된다. 여자들이 빠져들만한 기럭기럭한 기럭지에 컨셉이 고스인지 다들 시꺼먼 와이셔츠와 스키니진을 차려입고 나왔다. 내 옆에 있던 여자가 ‘오, 소 쎅시’라면서 하도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귀가 아팠다. 그래도 이 모습이 훨씬 나아진 모습이라면서요? 보컬 친구는 예전에 완전히 고스족으로 치장하고 다니다 길거리에서 재수없다고 두드려 맞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지금은 뭐 기냥저냥 괜찮은 비쥬얼인 것 같다.
무대 왼쪽의 기타는 특히 머리 스타일 때문에 Pablo Honey-The Bends 시절의 자니 콜린우드를 보는 것 같았다. 대부분 멤버의 비쥬얼은 괜찮았으나
…이미 탈모가 시작된 듯한 이런 친구도 있었따. 넓은 이마에 머리를 단정히 빗어 넘기고 키보드를 만지고 있으니 Kraftwerk가 칠팔십년대에 보여줬을 법한 간지를 보여준다. 비가 더욱 많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키보드는 저렇게 방수포로 가려 놓았고, 스탭들이 분주하게 무대를 뛰어다니면서 빗물을 닦아낸다.
호러스의 작년 소포모어 앨범 Primary Colours이 대박을 치는 바람에(음악 잡지의 연말 리스트에 항상 이름을 올렸다)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두컴컴하고 요상한 분위기가 뭔가 친숙하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포티셰드 멤버가 프로듀싱을 해줬단다. Sea within a sea의 뒷부분이 어쩌면 그래서 그렇게 친숙하게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제일 기대한 곡은 Sea within a sea였는데, 이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게 자꾸만 무대 위로 빗물이 튀긴다. 스탭들이 이펙터 보드를 옮겨도 보고 키보드를 방수포로 가려도 보고 하는데, 결국에는 공연이 중단되었다. 제일 듣고 싶은 곡을 못듣다니! 모두들 실망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옆에 있던 애한테 시간을 물어보니 예정 시간보다 훨씬 빠르다.
시간을 가르쳐 준 여자애는 아까 내가 사진 찍는 걸 봤는지 잘 찍었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나중에 보내주겠다고 이메일과 블로그 주소를 교환했다. 같이 사진도 한 장 찍었는데, 정말로 둘 다 물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
남는 시간에는 뒤로 나와서 쉬었다. 난간에 기대서 롸이즈 어겐스트Rise Against의 공연을 보는둥 마는둥 하다가 다음 공연을 보기 위해 스타디움으로 돌아갔다. 홀딱 젖긴 했지만 이제는 덥지 않아서 다행이다. 오히려 바람이 불자 추워지려 하고 있었다.
<디셈버리스츠와 호러스의 공연이 열린 컨버스 에센셜 스테이지-그린 스테이지의 전경. 두 스테이지가 같이 붙어있다>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디지 래스컬Dizzee Rascal의 공연이 막바지로 가고 있었다. 스타디움의 모두가 춤추고 난리라서 정말 놀랐다. 이렇게 인기있는 지 몰랐다. 디지 래스컬의 마지막 곡이 끝나자 곧 옆 스테이지에서 Everyone’s at it이 나온다. 아악ㅋ 릴리 알렌Lily Allen이라니ㅋ
관중의 반응은 정말로 열광적이었다.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다들 소리를 지르는데, 그도 그럴 것이 어리고 예쁜데다 이번 앨범은 노래까지 좋지 않았던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공연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결국 릴리 알렌 공연은 약간 뒤로 빠져나와서 봤다. 아까의 스타디움을 이제는 사람들이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오늘 BDO에 온 모든 사람들이 이 곳에 몰린 느낌이다. Back to the Start와 Smile에 이어 Littlest Thing이 나오는데 내 주위의 사람들이 자꾸만 뒤를 쳐다본다. 처음에는 나를 보는 줄 알았는데 다들 저 먼 뒤쪽을 바라보면서 웃는다. 알고 보니 어떤 아주머니께서 윗통을 시원하게 훌러덩 벗고 모두의 시선을 즐기고 계셨다. 아, 이 것이 양놈들의 페스티벌 문화구나…
<’The Fear’ by Lily Allen, Big Day Out 2010 live>
너무 혼잡스러워서 릴리 알렌 공연을 그만보기로 결심했다. 릴리 알렌이 안 보이는데 공연을 봐서 뭐하나(?)… 무려 릴리 알렌을 포기하고 내가 보러 간 팀은
오오 디벤드라 반핫Devendra Banhart and the grogsㅋ 이쁜 여잘 놔두고 꾸질꾸질하게 털 덥수룩한 남자를 택하다니 아마 내 내면에는 게이적 성향이 있거나, 있는가 보다ㅋ 어쨌든 난 분명히 포크를 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도저히 포크라고 믿기 어려운 음악이 앞에서 흘러 나오고 있었다.
반핫은 윗통을 벗고 선지자-또라이-예언자의 풍채를 풍기며 노래했다. 전에 그의 곡을 듣지 않아서 뭐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확실히 이건 freak folk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왠지 folk같기는 한데 존나 요상하거든ㅋ 디벤드라 반핫의 음악을 들으면서 새로운 장르 이름을 만드느라 고심했을 평론가들의 모습이 상상된다.
내가 생각하는 포크의 이상적인 모습은 아이언 앤 와인Iron & Wine 혹은 김광석인데, 얘네는 이건 뭐 싸이키델릭에 노이즈에 변칙적인 박자에, 거기다 반핫 특유의 떨기 창법에(ㅋㅋㅋ) 또라이짓까지 섞여서 정말 요상한 공연이 되었다. 어쨌든 그래서 공연은 정말 재미있었다. 박자가 바뀔 때 마다, 반핫이 또라이 짓을 할 때마다 웃음이 툭툭 터져나왔다.
반핫 이외의 멤버의 비쥬얼도 호러스 못지 않게 대단했다(개인적으로는 호러스보다 더 쩌는 비쥬얼인듯ㅋ). 반핫 옆의 기타리스트는 꼭 고등학교 때 지구과학 선생님을 닮았다. 선생님 울릉도로 전근가셨다고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여기서 기타치고 계셨군요?? ?? 드러머는 다 늘어진 노란색 나시티를 입고 나온 것이 멕시코의 프로 레슬러를 연상시켰다.
사람도 적고 가까이에서 그들을 볼 수 있어 정말 즐거운 공연이었다. 디셈버리스츠부터 디벤드라 반핫 까지가 이번 빅 데이 아웃에서 제일 행복한 순간이었다.
<’Baby’ by Devendra Banhart, Big Day Out 2010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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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으잌ㅋㅋㅋ 나도 디벤드라 반핫 적응안됨 ㅋㅋ
릴리알렌 너무좋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