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slight Anthem – American Slang

그만큼 이들의 음악은 과장 없이 진솔하다. 너무 착하기만 하지도 않으면서, 위악적인 것도 우는 것도 아닌 담담하게 담배피우며 말하는 모습.

> 아티스트 : 개스라이트 앤썸The Gaslight Anthem
> 타이틀 : American Slang
> 발매연도 : 2010

평점 : 87%

킹스 오브 리온Kings Of Leon은 남성적인 음악에 컨트리, 서던 록 등등의 지극히 미국적인 사운드를 숨김없이 드러내놓아도 세계적인 수준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증명 했다. 개스라이트 앤썸The Gaslight Anthem은 “로컬 지향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는 점에서 그들과 비슷하지만, KOL이 살짝 섞어 넣었던 영국 인디 펑크씬의 클리셰마저 배제하는지라 굳이 비교해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차라리 훨씬 선이 가는 음악을 하지만 컨트리록의 분위기에 충실한 밴드 오브 호시즈Band of Horses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는 것이 나을 듯 하다.

개스라이트 앤썸의 음악을 조금만 들어보면, 역시 뉴저지 출신이면서 미국 락계에서는 “보스”로 불리는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의 적자임이 드러난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 옛 것들을 파고든다는 요즘, 하필 가장 미국적인 뮤지션인 “보스”의 음악적 유산을 따라간다는 것은 그 지역색을 넘어설만한 무엇인가를 탑재하지 않은 이상,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어렵지 않을까. 앨범 제목마저 American Slang이라니.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에겐 그 ‘무엇인가’가 있다. 멜로디는 지역색을 따질 틈도 없이 귀를 파고들만큼 캐치하고, 전체적으로는 거친 분위기를 내면서도 결코 따스함을 잃지 않으며, 들뜨지 않고 명료한 톤의 기타소리를 들으면 자연스레 순박한 서양청년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들은 과거의 유산을 시대착오적이지 않게 잘 재현했다는 이유로 찬사를 받았던 다른 밴드들과 같은 위치에 있다. 브라이언 펄론Brian Fallon의 보컬은 인터폴Interpol폴 뱅크스Paul Banks이안 커티스Ian Curtis에 비견되면서 들었을 모든 찬사와 혹평을 똑같이 받을 만큼, 브루스 스프링스틴을 연상시킨다. 대신 브루스 스프링스틴만큼 드라마틱한 음악을 하기 보다는 펑크의 작법에 더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사 역시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현실 고발의 가사와는 차이가 있다. 지극히 미국의 상황을 반영하는 브루스에 비해 이들은 청년들의 일반적인 감성을 노래한다. 비록 “뉴욕”이나 “뉴올리언스” 같은 가사가 나오긴 하지만 대놓고 캠든Camden의 로망을 말하는 수많은 영국밴드들에 비하면 애교수준이다. 그곳의 구성원이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공감이 어려울 수도 있는 사회적인 내용도 아니고 말이다. 다른 밴드라면 어떨지 몰라도 장르 성격부터 미국적인 이들의 음악에 이런 가사를 붙이는 것은 보다 보편적인 수용을 위해서 나쁠 것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이들이 노래하는 일반적인 청년 감성이라는 게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늦은 밤 “하지만 그건 네가 원할 때 바로 여기 있을거야, 마치 네가 어렸을 때처럼 말이지. 모두가 네게 행운이라고 말하던 그 젊은 날 말이야”라는 가사를 들으면서 표현의 현학성에 감탄할리는 없겠지만, 너무나 정직한 표현에 살짝 찔리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들의 음악은 과장 없이 진솔하다. 너무 착하기만 하지도 않으면서, 위악적인 것도 우는 것도 아닌 담담하게 담배피우며 말하는 모습, 그 자체다. 뭔가 배울 점이 많아서 사귀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있으면 부담 없어도 결코 가볍기만 한 관계는 아닌 친한 동네 형 같은 느낌. 누가 들어도 명확하게 느껴지는 ‘미국삘’이지만 그리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것은 이런 느낌 때문일 것이다.

2009년 글래스톤베리를 포함해 이들이 섰던 여름 페스티벌 무대 몇 군데에서, 전작 수록곡인 “’59 Sound”를 부를 때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함께 무대에 올라서 공연했었다. 자신과 비슷한 음악을 하는 후배들이 귀엽기도 했겠고, 그들의 음악을 인정한다는 의미도 될게다. “역 소포모어 징크스”의 또 다른 사례로 남게 될 이들의 미래는 함께 노래하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표정만큼이나 밝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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