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 – Let’s Take A Walk

Albums, REVIEW — By 로그스 on 3월 17, 2010 at 3:36 오후

아티스트: 넬Nell
타이틀: Let’s Take A Walk
레이블: 울림 엔터테인먼트
발매년도: 2007

평점: 60% 

[기존의 넬이 너무 헤비해서 못 듣겠다면]

넬 은 성공했다. 이들은 인디에서 시작해 대중적인 성공까지 해 낸 거의 유일한 밴드이다(아, 물론 한국의 이야기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한 후 63빌딩을 뛰어넘는 일 보다 더 힘들다는 그 일을 넬이 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김종완(보컬)에게 있다. 에스지 워너비가 불렀으면 뻔하게 들렸을 법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풀어내면서 사람들의 우뇌와 눈물샘을 동시다발적으로 자극하는 그의 가사와 ‘상하이 트위스트’를 불러도 아놀드 슈월츠제네거가 눈물을 흘리게 만들 것 같은 그의 목소리는, 인디팬들 뿐만 아니라 락밴드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까지 모두 사로잡았다. ‘어쿠스틱 앨범’의 목적이 밴드의 기름기를 좌악 빼고 기타와 목소리를 앞으로 돌출시킨다는 것임을 생각해 봤을 때, ‘넬의 어쿠스틱 앨범’은 넬의 매력을 극대화 시킬, 말로만 들어도 가슴이 떨리는 좋은 아이디어이다

그러나, 김종완의 뜨거운 목소리와 쌉싸름한 가사가 마음을 후벼파 줄 기대를 가득 안고 계신 분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을 하나 전해야 겠다. 이 앨범은 ‘넬의 어쿠스틱 앨범’에 대해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만큼 그렇게 좋지가 않다. 더 충격적인 소식이 하나있다. 심지어 졸리기까지(!) 하다.

왜? 대체 왜 이 앨범은 상상했던 것 만큼 좋지가 않은가?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뽑힐 만한다고 생각했던 이 의문은 17분간의 상념 끝에 의외로 쉽게 풀렸다. 그것은 넬이 어쿠스틱 편곡을 굳이 하지 않아도 원래 어쿠스틱같은 느낌이 나는 음악을 해왔기 때문이다. 넬은 항상 보컬과 기타가 중심에 서는 음악이었고, 따라서 이러한 음악을 어쿠스틱으로 편곡을 했을 때 너바나의 ‘MTV Unplugged’에서 받을 수 있었던 신선함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곡의 역동성은 어쿠스틱 편곡을 통해 더 떨어지고 말았다. 넬이 앨범에 3번째 수록하는 곡인 ‘믿어선 안될 말’을 예로 들어보자. 마지막에 “믿어선 안될 말!”이라는 슬픔에 사무친 괴성(이건 김종완만 할 수 있는 것 같다)과 기타 디스토션이 빠진 이 앨범의 어쿠스틱 버전은 호빵의 팥 없는 부분만 씹었을 때만큼이나 허전한 느낌이다. 또한, 10개의 트랙 중에 3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은 다 예전 앨범에 실렸던 트랙들임에도 딱히 새로운 느낌을 들지 않고, 3곡의 신곡 중에 2곡(‘연어가 되지 못한 채’, ‘Down’)은 지극히 평범한 넬표 트랙이라는 것도 이 앨범의 가치를 높이는데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쿠스틱 앨범이랍시고 폼 좀 잡고, 분위기 잡고, 촛불도 켜고, 멋있는 표정 지어주는 타이밍을 만드느라 트랙들의 평균 러닝타임은 5분이 넘어간다. 심지어 ‘백색왜성’은 8분 12초라는 어마어마한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그러니 늘어질 수 밖에.

넬 의 이러한 시도가 항상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앨범의 오프닝 트랙인 ‘Good Night’은 사람들이 왜 처음에 넬에 빠질 수 밖에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잘 대답하고 있는 트랙이고, 동시에 다시 수록된 노래 중 가장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노래이다. 미는 곡인 ‘It’s Okay’는 넬이 최근에 맛들이고 있는 현악과 전자드럼을 사용해서 새로운 넬의 방향을 제시한다. 사랑에 빠졌다가 상대방을 떠나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멍하게 노래를 듣게 만들 “행복해 행복해 그런 기억 있단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해 / 이해해 이해해 그런 맘에도 없는 말들 안해도 다 이해해”같은 가사도 멋지다. 이런 트랙들을 보면 정말 김종완의 가사와 목소리만 있으면 넬의 음악은 적어도 평균이상의 값은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그래서, 이 앨범이 모든 사람들의 비웃음의 표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전의 넬의 앨범들이 너무 헤비해서 귀가 아팠던 사람이라면 이 앨범은 편안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고, 김종완의 목소리가 들어가면 어떤 노래이든지 금방이라도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사람들도 분명 이 앨범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이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이 앨범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그저 예전에 나온 넬의 훌륭한 앨범들을 듣고 즐기는 편이 낫다. 이 정도의 편집앨범(이런 개념 자체도 생소하다)을 가지고는 좋은 평가를 받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무리 방송활동을 안하겠다고 선언하더라도 ‘우려먹기’, ‘상업적 용도’라는 비판도 피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면, 정말로 한국에 싱글/비사이드 제도가 없다는 게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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