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rut – The Rip Tide
Albums, HEADLINE, REVIEW — By 로로롱 on 10월 3, 2011 at 4:21 오후> 아티스트 : 베이루트 Beirut
> 타이틀 : The Rip Tide
> 발매연도 : 2011
평점: 80%
자크 콘돈 Zach Condon(a.k.a 베이루트 Beirut)를 말할 때 항상 붙는 이야기가 있다. 15세의 한 미국 소년은 뉴 멕시코에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 두고, 유럽 여행을 하기 시작한다. 그는 유럽 여행 중 들은 발칸 반도의 음악에 반해 19세에 밴드를 결성, 첫 앨범을 낸다. 범상찮은 앨범으로 주목을 받은 밴드는 1년 뒤에 두 번째 앨범을 내게 되고, 이 앨범은 상업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평단의 찬사까지 가져다주게 된다. 비디오 게임과 콜라, 혹은 평범한 팝을 좋아할 것 같은 미국 소년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버린, 어딜 봐도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과 그 밴드 베이루트가 세 번째 앨범 The Rip Tide을 냈다.
The Rip Tide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하다. 오케스트라는 여전하지만, 1집 Gulag Orkestar 에서 보여준 발칸의 풍성한 소리나 2집 The Flying Club Cup에서 보여준 샹송의 화려하고 세련된 멋은 한 발짝 물러섰다. 특히 이번 앨범은 중심축을 이루는 악기들이 정해지면서 레이어가 줄어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악기가 동시에 울려 퍼졌던 전작들과는 달리, 자크 콘돈은 피아노와 우쿨렐레, 트럼펫에 집중했고 이를 바탕으로 좀 더 간소한 구성을 짰다. 팝 색마저 느껴지는 담백한 변화는 베이루트의 팬들에게는 조금 낯설 수도 있는데, 이것은 자크 콘돈이 선택한 악기 때문만 아니라 밴드의 현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자크 콘돈은 녹음에 앞서 오랜 투어에 지친 몸과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뉴욕에 풀었다. 쉬는 중에 그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어렸을 적의 음악과 정서를 돌이켜보게 되었고 이것은 베이루트가 좀 더 그들 자신에게 집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말은 음반들과 관련된 레퍼런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집에서는 고란 그레고비치Goran Bregovic 1), 2집에서는 자크 브렐Jacques Brel과 이브 몽탕Yves Montand , 세르쥬 갱스부르Serge Gainsbourg. 자크 콘돈에게 영향을 준 이 음악들은 베이루트의 음악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3집에는 그 누구의 이름도 없다. 전작들을 바탕으로 내실을 다지고 있는 이번 앨범이 베이루트만의 것이라 불리는 것은, 이런 점을 기반으로 한다.
이전의 분위기가 많이 살아있는 첫 트랙 ‘A Candle’s Fire’를 지나면 통통 튀는 ‘Santa Fe’를 만날 수 있다. 1집의 ‘Scenic World’, 2집의 ‘Nantes’와 함께 신디사이저 계보를 잇는 트랙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차이점은 ‘Scenic World’와 ‘Nantes’는 신디사이저가 앞에서만 강조된 반면, ‘Santa Fe’에서는 신디사이저가 전면에 나선다는 것이다. 중심축이 확실히 세워져있다는, 이번 앨범의 특징을 제일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East Harlem’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찾은 것 같은 밝은 정서를 대표하고, ‘Goshen’은 그런 밝음을 차분하게 이끌며 감정을 증폭시킨다. ‘Goshen’의 분위기는 다음 트랙에서 잠시 쉬었다 클라이막스인 ‘The Rip Tide’로 이어진다. 자크 콘돈의 보컬과 낮게 깔리는 코러스, 작게 두드려지는 드럼과 피아노, 적절하게 배치된 트럼펫, 고즈넉한 멜로디 등 모든 것의 조화가 완벽하다. 이 감동을 연결하는데 손색이 없는 ‘Vegabond’의 경쾌함과 이어 들리는 ‘The Peacock’의 오르간, ‘Port of Call’의 실로폰은 앨범을 아름답게 마무리한다.
자크 콘돈은 빠르게 성장했다.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고란 그레고비치를 모방한 것에 가깝지 않느냐는 흠을 제기할 수 있을 정도였던 1집 이후의 커리어에서, 그는 그런 걱정을 차차 불식시켜갔다. 2집에서 자크 콘돈은 프랑스에게 배운 것들을 적절하게 잘 이용했으며 3집에서는 이 모든 성과들을 잘 버무렸다. 전작들보다 소리는 가벼워졌지만 감성은 더 잘 살린 구성에 여전히 아름다운 멜로디 메이킹이 실린 이번 앨범으로, 자크 콘돈은 이 이후의 행보도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임을 입증했다.
수많은 월드뮤직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유독 인디에서 베이루트가 회자되는 이유는 데뷔작이 유명 인디레이블 4AD 2)에서 발매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좋은 멜로디에 장르적 신선함은 기본이었으며, 가장 중요했던 것은 마그네틱 필즈Magnetic Fields 3)등과 공유하는 정서가 리스너들에게 어필했다는 점이다. 자크 콘돈과 밴드 베이루트의 본질로 돌아간 이번 앨범은 그 동안 집시의 슬픔이나 화려한 소리들에 사이에 숨겨져 있던 이 소박하면서도 따뜻하고, 밝은 정서를 잘 살려냈다. 하지만 새로운 장르의 도입 등과 같은, 지금까지 보여준 변화가 The Rip Tide에서는 사라졌기에 오히려 전작들보다 평범하게 들린다는 것은 분명 한계다. 발전보다는 이제까지 거둔 음악적 성과들의 내면화에 그쳤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런 비판을 신경쓰는 것은 이 앨범을 들어본 후가 좋을 것 같다. The Rip Tide는 그런 단점들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고, 듣는데서 오는 즐거움은 청자를 사로잡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1. Goran Bregovic 고란 브레고비치
사라예보 출신의 음악가. 유럽의 클래식시즘에 발칸의 리듬을 더해 발칸의 음악적 영감을 극대로 혁신했다. 보스니안, 세르비안, 로마니 테마(집시 음악)와 탱고와 브라스 밴드, 발칸의 음악에서 온 전통적인 폴리포닉에 대중음악을 접목했다. 여기서 시작된 베이루트 1집은 집시 펑크로 유명한 고골 보르델로와도 동일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
2. 4AD
영국의 인디 레이블. Ariel Pink, The Big Pink, Blonde Redhead, Bon Iver, Camera Obscura, Deerhunter, Gang Gang Dance, The National, Scott Walker, St Vincent, Twin Shadow, tUnE-yArDs 등의 아티스트가 소속되어있다.
3. Magnetic Fields마그네틱 필즈
1989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뉴욕 출신의 인디 밴드. 스테핀 메릿Stephin Merritt가 프론트 맨으로 있으며, 많은 앨범에서 신스 팝을 기초로 사용했는데 컨트리, 포크나 인디 팝 등의 다른 스타일도 차용해왔다. 메릿의 가사는 사랑에 관련된 것이 많으며, 아이러니나 실패, 유머러스한 가사들도 번갈아 나오곤 한다. 가장 잘 알려진 작업으로는 99년에 세 장의 컨셉 앨범으로 발매된 69 Love Songs가 있으며, 신디사이저를 쓰지 않은 앨범 중 Distortion (2008)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자크 콘돈이 자주 언급하는 밴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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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확실히 많은 변화가 느껴지는군요. 음원이 얼른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차분해졌다는 그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디지털음원은 풀린지 좀 됐죠ㅎㅎ 음반도 강앤뮤직에서 라센반 나왔습니다!
아…네이버 뮤직에만 떴군요 ㅠ 다음뮤직 유저인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