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산밸리] 7월 31일 일요일, Amadou & Mariam / Jimmy Eat World / 장기하와 얼굴들 / 델리스파이스 / Suede
2011 락페특집, HEADLINE, SERIES, 락페스티벌 특집 — By 로그스 on 8월 25, 2011 at 11:40 오전Amadou & Mariam; Green stage, 15:30-16:20 (★★★★)
아마 이번 페스티벌 라인업 중 가장 의외의 팀을 꼽으라면 아마두 앤 마리엄Amadou & Mariam이 아닐까 한다. 지산에서 월드 뮤직 뮤지션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어쨌든 말리에서 온 이 맹인 부부는 키보드에 퍼커션에 두 명의 댄서까지 총 9명이나 되는 밴드를 이끌고 와서 지산에 활기 넘치는 아프로 블루스를 선사해 주었다. 비록 Welcome to Mali 앨범의 가장 빛나는 순간인 ‘Sabali’를 듣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그들은 ‘Welcome to Mali’부터 ‘Sebeke’까지 흥겹기 그지 없는 곡들을 이어서 연주했고, 그린 스테이지는 아프리카 비트에 맞추어 좌우로 넘실거렸다. 국내외 락음악 위주인 라인업에서 이런 팀을 볼 수 있다니 아마 올해 지산 라인업의 놀라운 발전이 아닐까 싶다. 하는 김에 올해 후지 락 페스티벌에서 Manu Chao까지 데려왔으면 어땠을까? 어쨌든 앞으로도 매년 지산에서 이런 멋진 라인업을 섭외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글/더부룩)
Jimmy Eat World; Big Top Stage, 16:20-17:10 (★★☆)
2009년의 지미 잇 월드Jimmy Eat World 지산 공연을 기억하는가? 지미 잇 월드를 좋아하는 사람이 보기에도 그건 망한 공연이었다. 공연 도중에 마이크 소리가 나오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고 보컬 짐 애드킨스Jim Adkins 의 표정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어두웠다.
이번 공연은 ’관객은 신났지만 정작 밴드는 기분이 별로였던’ 2년 전에 비해 확실히 좋았다. 음향과 관련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았고 우리는 깨달았다. “아~ 지미 잇 월드 멤버들이 원래 저렇게 잘 웃는 사람들이었구나!” ‘Sweetness’, ’The Middle’과 같은 히트넘버가 마지막을 광란의 무대로 마무리한 것은 물론 ‘23′ 같은 분위기 있는 곡이 공연 중후반부에 나온 것 까지, 완급 조절이 돋보인 공연이었다.
하지만 스튜디오 앨범을 7장이나 낸 밴드가 셋리스트의 11곡 중 8곡을 단 두 앨범의 수록곡으로 채우는 것은 문제가 있어보인다. Bleed American(911테러 이후 Jimmy Eat World라는 셀프타이틀 앨범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과 Futures가 정말 좋은 앨범인 것은 분명하나 신보에서 한 두 곡 정도는 확실하게 셋리스트에 포함될 만 해야 한다. ‘My Best Theory’가 그 많은 노래 중에 고른 하나라니, 이미 작년에 나온 앨범 Invented는 물 건너 갔다. 다음 앨범을 기약하자. (글/깐도리)
장기하와 얼굴들; main stage, 17:40-18:30 (★★★★)
지산 락 페스티벌 무대에 참가하는 3년 동안 장기하와 얼굴들의 위상은 놀랍도록 달라졌다. 2009년 대낮의 장기하가 소용돌이 문양의 옷과 미미시스터즈와 함께 사람들을 웃긴 키치 밴드였다면, 2010년 오후 장기하의 무대는 음악에 중점을 두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적 무대였다. 그렇기에 2집이 나오고 가지는 이번 무대에서 그들이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가 관심사였다. 그리고 그들은 완전히 변한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드디어 완벽한 락밴드가 된 것이다.
당연히 ‘뭘 그렇게 놀래’로 시작될 것이라 생각한 공연의 첫 곡은 ‘TV를 봤네’였다.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는 메인스테이지 앞은 관중들의 노래로 고요히 메워졌다. 곧 장기하는 “신나게 놀아보자”는 멘트를 날리며 2집의 ‘보고 싶은 사람도 없는데’와 ‘깊은 밤 전화번호부’를 이어서 부르기 시작했다. 차분했던 분위기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곡이 끝나고”오늘 이 공연에서 세가지의 손동작으로 손을 가지고 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장기하는 그 첫 곡으로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시작했다( 나머지 두 곡은 ‘그렇고 그런 사이’, ‘날 보고 뭐라 그런 것도 아닌데’였다). 여러가지 손동작을 이끌며 관중들을 쥐었다 폈다하는 그에게는 더이상 ‘웃긴’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았다. 손동작을 시키면서도 무대의 이쪽 끝부터 저쪽 끝까지 뛰어다니며 관중들의 함성을 유도했다. 수염을 깎고 말쑥해진 그는 웃기기 보다는 잘생긴 프론트맨이 되어 있었고, 땀으로 흠뻑 젖어버린 등을 보여주면서 (여성) 팬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신보 수록곡들의 라이브도 괜찮았다. 앨범에서 들었을 때는 얌전하게 들렸던 ‘보고 싶은 사람도 없는데’나 ‘깊은 밤 전화번호부’는 라이브를 달아오르게 만들만한 넘버였다. 손이 나오는 뮤직비디오로 유명한 ‘그렇고 그런 사이’를 연주한 장기하는 바로 8분이 넘는 싸이키델릭 곡 ‘날 보고 뭐라 그런 것도 아닌데’를 하면서 라이브를 끝으로 이끌었다. (글/더부룩)
>>장기하와 얼굴들 2011 지산 셋리스트
1. TV를 봤네
2. 보고 싶은 사람도 없는데
3. 깊은 밤 전화번호부
4. 달이 차오른다, 가자
5. 아무것도 없잖어
6. 우리 지금 만나
7.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8. 그렇고 그런 사이
9. 날 보고 뭐라 그런 것도 아닌데
10. 별일 없이 산다
해가 갈수록 늦어지는 출연시간 만큼이나 장기하는 공연에서 진보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2집과 이번 공연을 통해 장기하는 완전한 락밴드로 탈바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쉽게도 ‘마냥 걷는다’와 같은 2집의 다른 곡은 듣지 못했지만(아마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빠졌을 것이다), 엄청난 비에도 관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요일 오후의 뜨거운 시간을 만들어냈다. (글/더부룩)
장기하의 이번 지산공연을 보고 놀란 것은, 그는 더이상 웃지도, 웃기지도, 웃기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좀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무한도전가요제를 거절한 것도 그렇고, 이번에 1집에서 알게 모르게 깃든 ‘컨셉’을 완전히 탈탈 털어버리고 싶었나보다. 약간은 풀어도 되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뮤지션으로 각인되고자하는 그의 노력이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다시 놀란 것은 ‘그렇고 그런 사이’에서 무대 밑으로 내려간 장면. 2절이 끝나고 반주없이 “너랑 나랑은~”을 부르는 부분이었는데, 관객석 앞줄에 있던 한 여성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노래를 불렀다. 영락없는 락앤롤스타의 모습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장기하가, 그렇게 하다니. 그는 이제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사람이 되었다. 나의 별점은 별 네개 반. (글/로그스)
델리스파이스; Green Stage, 20:20-21:20 (★★★★☆)
“힘들게 한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앞으로의 한 걸음 한 걸음 여러분 함께 해 주실 거죠?” 델리스파이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베이스 윤준호의 멘트는 지속적인 밴드 활동에 영향을 끼칠만한 문제가 있었고 최근 이를 극복하고 7집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을 짐작케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이번 지산에서의 델리스파이스 공연은 어느 때 보다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드럼을 치던 최재혁이 밴드 옐로우몬스터즈 활동을 하며 멤버 구성이 바뀐 델리스파이스는 신곡 ‘Open Your Eyes’로 스타일의 변화도 암시했다. ‘Open Your Eyes’는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의 일렉트로닉 곡으로 기존의 델리스파이스의 노래들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이었다. 신곡뿐 아니라 공연 중간중간 공간계 이펙터의 사용으로 미루어볼 때 최근 멤버들이 전자음악 쪽에 관심을 갖고 있고, 그에 따라 신보도 그쪽 스타일로 나올 것임을 예상해 볼 수 있었다. 첫 곡 이후의 셋 리스트는 기존의 명곡들을 집대성한, 가히 ‘베스트’라고 할 수 있었고 관객들의 반응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그린스테이지를 들썩이게 한 ‘떼창’을 빼놓고 이번 델리스파이스의 공연에 대해 논할 순 없다.
우리는 흔히 ‘앤썸(Anthem)’이라고 불리는 해외 유명 밴드의 유명곡 떼창을 유투브를 통해 영상을 보며, 내한 공연에서 다같이 따라 부르며 희열을 느낀다. 국내 밴드들의 노래 중 최고의 앤썸은 단연 델리스파이스의 ‘고백’과 ‘챠우챠우(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다. 이번 지산 관객들 중 외국인을 제외하곤 “중2때 까지 늘 첫째줄에~”와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가사와 멜로디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저 두 노래는 어느 공연에서나 떼창이 울려 퍼지는 노래들인데 새삼스럽게 뭘 그러느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윤준호의 의미심장한 멘트에 따른 관객들의 심리와 지붕이 덮여있는 그린스테이지의 구조가 더해진 떼창은 감히 사상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다. 델리스파이스를 모르는 외국인들마저도 “아니 이 노랜 뭔데 이렇게 다들 따라부르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린스테이지 앞 수영장에서의 광란의 파티는 덤이다.
정신 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나서 느꼈다. ‘고백’과 ‘챠우챠우’는 우리나라의 원더월이요, 바스켓케이스다! 지산이 열리기 전 유명 포털 메인에 올라온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모두가 따라 부를 노래 TOP5’에 델리스파이스의 곡이 없는 것은 크나큰 에러다. 스크롤을 쭉 내려 저 TOP5를 누가 꼽았는지 확인하고 악플을 달자. (글/깐도리)
나는 별 4.5개나 줘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 델리스파이스는 2008년 펜타포트부터 꾸준히 락 페스티벌에 참가해왔고, 그 때마다 차우차우를 불렀다. 비슷비슷한 감흥이고 비슷비슷한 느낌이다. 나같으면 별 3개 정도 준다. (글/더부룩)
Suede; Big Top Stage; 21:30-23:00 (★★★★)
아무리 왕년에 날았다고 해도 이미 한물 간 밴드고 전성기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면 헤드라이너로써는 무리가 있는 것 아닐까. 모두가 브렛 앤더슨Brett Anderson의 성대를 걱정했다. 유투브로 본 요즘 라이브가 영 아니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노래의 반은 마이크를 관중에게 돌린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다.올해 초 페스티벌 라인업의 윤곽이 나올 때도 그런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마지막날 밤에 시작된 스웨이드의 라이브는 그런 우려를 기분좋게 털어내었다. 브렛 앤더슨은 검정 셔츠의 열정적이고 섹시한 차림으로 무대로 나와서 ‘She’를 부르기 시작했다. 누가 저 남자를 40이 넘은 아저씨라고 생각하겠는가? ‘She’에 이어 바로 ‘Trash’와 ‘Filmstar’, ‘Animal Nitrate’가 나왔다. 그들은 멘트를 할 새도 없이 킬링 트랙을 이어 연주하면서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예전에 비해 굵어지고 숨이 거칠어지기는 했지만 브렛 앤더슨의 목소리는 노래를 망칠 정도는 아니었다. 무대를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고 허공에 마이크를 빙글빙글 돌리고 카메라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면서 돌아다니는 그의 모습에서는 스웨이드가 없었던 기간 동안 쌓인 나이를 찾을 수 없었다. 공연을 보는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끊임없이 뿌려대는 비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예전에 오지 못했던, 보지 못했던 원을 풀기라도 하듯 밴드와 관중이 구성하는 무대는 뜨거웠다.
스웨이드의 무대는 은색 커튼과 LCD 모니터가 교차하여 나타나며 진행되었다. 가끔씩 나타나는 LCD 모니터는 곡에따라 그들의 싱글 앨범 커버를 비춰주었다. ‘The Drowners’의 총을 든 남자가 나타났고, ‘The Wild Ones’의 말머리가, ‘We Are The Pigs’의 돼지 인간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닥 인상 깊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명을 반사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던 은색 커튼이 훨씬 괜찮게 느껴졌다.
앵콜 전 마지막 곡으로 스웨이드는 어찌할 수 없는 그들의 앤썸인 ‘The Beautiful Ones’를 해주었고 분위기는 그 때 절정에 달했다. ‘The Beautiful Ones’가 끝나자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앵콜은 상대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어쩔 수 없었다. 3일동안, 특히 마지막날 비가 엄청나게 내리는 바람에 관중들이 모두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스웨이드 공연의 마지막 순간 동안 비는 다시 거세지기 시작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요일 밤, 지산 락 페스티벌의 마지막 순간을 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Saturday Night’으로 장식하고 그들의 공연을 마쳤다.
>>스웨이드 지산 2011 셋리스트
1. She
2. Trash
3. Filmstar
4. Animal Nitrate
5. To The Birds
6. Wild Ones
7. We Are The Pigs
8. Killing Of A Flashboy
9. Can’t Get Enough
10. Everything Will Flow
11. Electricity
12. The Drowners
13. So Young
14. Metal Mickey
15. New Generation
16. Beautiful Ones
Encore:
17. She’s In Fashion
18. Saturday Night
Tags: Amadou & Mariam, jimmy eat world, Suede, 공연리뷰, 델리스파이스, 락페스티벌, 스웨이드, 장기하, 장기하와얼굴들, 지미잇월드, 지산밸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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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아 근데 차우차우 저거 뒤에 영상 ㅋㅋㅋㅋ 왜이렇게 웃기지..
잘읽었습니다 (시험때문에 결국 못간 1인)
근데 인큐버스는 결국 안보셨네요 ㅠ
스웨이드는 기타리스트가 리처드 오크스여서, 라이브에서 3집 이후의 느낌이 강하게 날 것이라는 것은 예상되었던 건데 브렛 앤더슨의 보컬 역시 예기치 않게 그랬었네요. 목이 갔다는 설과 달리 쌩쌩해서 좋았는데 다만 힘은 있고 날은 서 있지만 1,2집 때의 관능과 끈적함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서요. 리처드의 기타까지 더해져 색깔이 그쪽으로 확실히 잘 잡혀서 전반적으로 밝고 컬러풀한 느낌의 3집과 그 이후 곡들은 느낌이 제대로 살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훨씬 더 아끼는 1,2집의 명곡들의 감흥이 많이 덜해 아쉬웠습니다. 실현 불가능한 희망사항이란 걸 알긴 하지만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