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Radiohead – Knives Out

Best: Radiohead, FEATURE, HEADLINE, 기획물 — By 로로롱 on 10월 9, 2010 at 10:08 오후

나는 라디오헤드Radiohead의 굉장한 팬이다. 이들의 전 디스코그라피 중 싫어하는 곡을 겨우 꼽을 수 있을 정도고, 라디오헤드라고 적힌 옷을 입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세계를 발견한 것 같은 즐거움을 느낀다. 라디오헤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는 부류로 정리하며, 이상형은 “Black Star”(The Bends, 1995)를 기타로 연주하면서 불러주는 남자다. 할 수만 있었다면 톰 요크Thom Yorke의 생일날엔 모니터에 사진을 띄워놓고 케익과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단 나뿐만은 아니다. 팬덤 안에서 개별성을 강조하자면, 좋아하는 앨범들을 비교해 보았을 때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Amnesiac을 조금 더 좋아하는 편이다.

내가 Amnesiac에서 베스트로 생각하는 곡은 “Knives Out”이다. 앨범 전체의 구성, 이전 앨범과의 차이점과 발전의 정도, 수록된 각 곡의 구성, 멜로디, 악기의 소리, 가사 등 객관적으로 짚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고려해보면 이 앨범은 분명히 라디오헤드의 다른 것들에 비해서 뒤떨어지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이 앨범이 좋다. 내가 그 많은 곡들 중에서도 굳이 Amnesiac에 수록된 다수의 곡들을 두고 고민했으며, 결국 “Knives Out”을 베스트로 꼽은 연유, Amnesiac을 사랑하는 까닭은 너무나도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 곡을 들을 때 상상 속의 톰 요크는 내 어깨를 붙잡는다. 형체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눈동자만은 제 색깔인 그는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이렇게 말한다. “그는 돌아오지 않아, 내 눈을 들여다 봐. 아래는 쳐다보지 말고 그걸 네 입 속에 넣어.” (He’s not coming back, Look into my eyes. Don’t look down, Shove it in your mouth. 가사 中)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당시, 나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정말로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내가 처한 세상과 돌아오지 않는 그에게 가진 나의 감정은 거대하고 더러운 쥐 같았다. 나는 역겨운 그걸 억지로라도 입에 집어넣어야 했다. 죽여서 삼키고 그 힘겨운 시간을 참아내야 했다. 그래야지 살 수 있었다. 그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듣는 순간 나는 구세주를 만난 것만 같았다. 이 빛은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하고 있었다. 소리로 만난 구원은 도망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맞서 싸울 용기와 자생력을 주었다.

조금 더 단순하게 말하면, “Knives Out”은 내가 원하는 소리를 들려준다. 기타의 톤과 절묘하게 겹쳐 흘러가는 멜로디, 톰 요크의 보컬 톤 등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요소들과 함께 전달력 높은 가사가 그렇게도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것을 내게 내민다. “Pyramid Song”도 비슷하게 내가 가지고 싶은 것에 대해 노래하고 있지만, 내게 현재를 살아가는 힘은 “Knives Out”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유효하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형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좋아하는 곡이 너무 많아 무엇을 쓸까 고민하면서 베스트로 불릴만한 대부분의 곡들을 틀어보았다. 하지만 “Knives Out”을 전후로, 이 곡만큼은 절대로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뇌 한 구석에 계속해서 남아있었다. 결국 후보에 올랐던 모든 곡이 어떠한 이유로든 포기되고 내 재생목록에 남은 것은 “Knives Out”이었다. 베스트로 뽑힐 수 있는 이유가 많아서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이유를 가진 것은 이 곡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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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개

  1. ( ╹ ◡ ╹ ) 님의 말:

    저랑 생각이 비슷하시네여

  2. Lilikoi 님의 말:

    전 특히 시험기간때마다 암네시악이 너무 좋아요..

  3. kafka 님의 말:

    이곡 에드 오브라이언이 쓴곡 이죠…저도 암네시악 너무 좋아해요~!!

  4. 바디스내쳐 님의 말:

    이 곡과 건너건너 곡 ‘달러와 센트’가 살짝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아무튼 5집은 과소평가 받는것만 같군요.

  5. kafka 님의 말:

    진짜 라디오 헤드 팬중에서 암네시악 이 제일좋다고
    하는 분들 만나기 힘든거 같아요…
    몇달전에 플레이밍 립스 공연에서 만난 누님이 처음이 었어요.
    사실 전 키드 A보다 암네 시악 이 더 좋은데 말이죠…
    좀더 뉴올리언즈에 재즈 사운드에 끌리고요…
    확실히 과소평가 받는거 같에요…

  6. scattermusic 님의 말:

    [기획특집] 각자 라디오헤드 최고의 곡을 뽑아보는 ‘BEST: RADIOHEAD’, 그 3번째 곡 “Knives Out”: http://www.scatterbrain.co.kr/headline/5... #scatterbrain

  7. 쉴즈 님의 말:

    위안과 구원받는 느낌을 느낄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음악을 찾았다는것 자체가 정말 다행이에요.
    근데 저는 정말 최악의 상황에서는 그 어느것도 필요치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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