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ade Fire – The Suburbs

Albums, HEADLINE, REVIEW, 명예의 전당 — By 로그스 on 9월 13, 2010 at 10:56 오후

> 아티스트: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
> 타이틀: The Suburbs
> 발매년도: 2010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의 이번 앨범에 대한 매체의 반응이나, OK Computer 어쩌고저쩌고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을 거다. 그러니까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아케이드 파이어가 리뷰 서론을 두 줄만 써도 될 정도의 밴드가 됐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

아케이드 파이어의 3번째 앨범 The Suburbs는 컨셉 앨범이다. 사실, 아케이드 파이어에게 컨셉 앨범이 낯선 시도인 건 아니다. 데뷔 앨범 Funerals도, 소포모어 앨범 Neon Bible도 각기 ‘죽음’과 ‘종교’라는 전체적인 컨셉을 가지고 있던 앨범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이 컨셉 앨범이라는 말로 리뷰를 시작하는 것은 이번 앨범이 그 이전의 두 앨범보다 훨씬 더 유기적이고 확고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로, 잘 만들어진 컨셉 앨범들이 그렇듯이, The Suburbs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컨셉을 이해하며 감상할 때 가장 매력적이다. 그럼 그 ‘컨셉’에 대해 얘기해보자.

자, 이쯤에서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본격 디지털 인터랙티브 리뷰!

Q1. 다들, 토이스토리3를 보셨는가? <예(다다음 줄로) / 아니오(다음 줄로)>

A1-1. 아니오: 이 리뷰를 읽는 일을 때려치우고 당장 그 영화부터 봐라. <땡! 리뷰 끝! 뒤로가기를 누르시오!>

A1-2. 예: <Q2로>

Q2. 토이스토리3 결말을 보고 뭔가 아련한 그리움을 느꼈는가? <예(다다음 줄로) / 아니오(다음 줄로)>

A2-1. 아니오: 냉혈한! <땡! 리뷰 끝! 뒤로가기를 누르시오!>

A2-2. 예: <다음 줄로 진행하시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토이스토리3가 그렇게 엄청난 극찬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만화영화 주제에 다 큰 어른들에게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가 주는 예상치 못한 눈물과 감동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나이 40먹고 만화영화 보면서 우는 게 그리 흔한 경험은 아니기 때문이다. 토이스토리3가 그렇게 어른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이유는, ‘어린시절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 ‘나이를 먹고 자라면서 떠나보내는 것들’같은 주제를 ‘장난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훌륭하게 잡아냈기 때문이다.

아니, 어린시절이 왜 그리워? 우리는 어린시절 그렇게 나이를 먹고 싶어 안달이지 않았나? 나이를 먹어보니까 고달프거든. 어렸을 때는 장난감 하나만 있어도 하루가 너무 즐거웠고, 놀이터에서 뛰어놀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는데, 나이를 먹으니까 행복해지기가 왜 이렇게 어렵냐. 돈 버는 것도 고달프고, 자기만 잘나가는 직장동료도 샘나고, 왜 뭘해도 그리 즐겁지가 않냐. 그래도 어렸을 때는 꿈도 있고, 희망도 있고 그랬는데, 왜 지금은 내 한 몸 건사하면 다행이고, 왜 사는 게 이렇게 빡빡하냐. 어렸을 때는 아빠 담배연기가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 왜 나는 담배를 뻑뻑 피워대고 있나. 어렸을 때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왜 지금 나는 대기업 들어가려고 토익 공부를 하고 있나. 이러한 어린시절과 성인시절의 극적인 대비는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어린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그 때 뭘 몰라서 그랬다고 해도, 적어도, 행복했으니까.

바로 그 ‘그리움’의 정서에서 토이스토리3와 아케이드 파이어는 만난다. 토이스토리3가 그 정서를 환기시키는 도구로 ‘장난감’을 사용했다면, 아케이드 파이어는 ‘교외The Suburbs’를 사용한다. 여기서의 교외는 ‘내가 어렸을 때 자랐던 동네’다. 그래, 풋풋한 짝사랑에 빠졌고, 구멍가게에서 불량식품 사먹던 바로 그 동네 말이다. 이 앨범은 말 그대로 1번 트랙 “The Suburbs”로 시작하여, 16번 트랙 “The Suburbs (continued)”로 끝난다. 당연히, 이 앨범은 아케이드 파이어 커리어에서 가장 풋풋한 앨범이 될 수 밖에 없다.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앨범 전체에 걸쳐 반복적으로, 그리고 감동적으로 녹아들어가 있다. “The Suburbs”는 “Sometimes I can’t believe it / I’m movin’ past the feeling again(어떨때는 믿을 수가 없어 / 내가 다시 그 감정을 지나쳐버렸다는 걸)”라고 회한에 잠겨 있다가, “But in my dreams we’re still screamin’ and runnin’ through the yard(하지만 내 꿈에서 우리는 여전히 소리지르며 마당을 뛰어다니고 있지)”라며 그리움을 표현한다. 윈 버틀러Win Butler는 “Modern Man”에서 그 어느때보다 더 나지막한 목소리로 “So I wait my turn, I’m a modern man / And the people behind me, they can’t understand(그래서 난 내 차례를 기다려, 난 현대인이니까 / 그리고 내 뒤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라고 노래하면서 예의바르고 철이 들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묘사하고, 그의 부인인 레진 샤샤녀Régine Chassagne는 그 시절의 누군가가 그리워서 “Said your name, in an empty room(너의 이름을 불러봤어, 빈 방에서)”라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I used to think I was not like them / But I’m beginning to have my doubts(난 내가 꼰대들같지 않다고 생각했었어 / 하지만 조금씩 의심이 들기 시작해)”라고 고민하기도 하며(“City with No Children”), “All those wasted hours we used to know / Spent the summers staring out the window(우리가 빈둥대며 보냈던 그 시간들 / 그저 창문만 쳐다보면서 여름들을 보냈지)”라고 회상하기도 한다. 그리움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인터랙티브 뮤직비디오로도 만들어진 “We Used to Wait”은 조급함없이 편지를 주고 받았던 그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며, “Now our lives are changing fast / Hope that something pure can last(지금 우리의 삶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 뭔가 순수한 게 남아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라고 작은 바람을 이야기 한다.

음악적으로나, 주제의 측면에서나, 앨범의 구성 어느 쪽으로봐도 The Suburbs의 하이라이트는 “Sprawl II (Mountains Beyond Mountains)”다. 디스코 리듬과 그리움은 잘 맞지 않을거라는 편견을 레진의 목소리로 단번에 불식시키는 이 곡은, 2010년의 아케이드 파이어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작품성을 보여준다. “We rode our bikes to the nearest park / Sat under the swings, we kissed in the dark / We shield our eyes from the police lights / We run away, but we don’t know why(우리는 가까운 공원에 자전거를 타고 가서, 그네 밑에 앉아 어둠 속에서 키스를 했지. 우리는 경찰차 불빛에 눈을 가렸어. 우리는 도망갔지. 하지만 왜그랬는지는 모르겠어)”라는 이야기는, 당신이 꼭 그네 밑에서 키스를 해보지 않았어도, 따뜻함과 그리움의 정서를 동시에 환기시킨다. 비록 지금은 “Dead shopping malls rise like mountains beyond mountains(죽은 쇼핑몰이 산 너머 산처럼 서 있는)” 곳에 살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이번 앨범이 지난 두 앨범보다 임팩트가 약해졌다고 느끼는 게 당연하다. 생각해보라. 벌써 제목부터 다르잖나. ‘장례식’, ‘네온 빛 성경’였는데 ‘교외’라잖아. 당연히 비슷한 류의 ‘심각함’이나 ‘거대함’을 바라면 안된다. 이 앨범을 지난 앨범들과 비교한다는 거 자체가 무리다. 음악적으로나, 주제의 측면에서나 이 앨범은 지난 앨범들과는 상당히 다른 앨범이다. 다른 차원에 있는 앨범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신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천천히 아케이드 파이어의 음악을 따라가보라. 비록 The Suburbs가 주는 감동이 이전 앨범들보다 잔잔할지라도, 그 감동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평점: 88% 

명예의 전당

* Arcade Fire – Sprawl II (Mountains Beyond Mountains)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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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개

  1. foolonhill 님의 말:

    중간까지 들을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다 듣고 나니 꽤 괜찮고 독특한 ‘컨셉트’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저는 아직 1,2집을 다 안들었기 때문에
    선입견없이 들을 수 있었던 것 같구요.

  2. Arcady 님의 말: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에 대한 예기들
    suburb이라는 단어가 제가 로망스언어권에 살고 있어서 더 느낌이 오는건지 교외라는 번역이 너무 성의없다고 느껴져요.
    suburb이라는 장소의 그 구질구질하고 무섭고 더러운 시절을 예기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전 어린시절의 추억보단 시간이 흘러 바뀐 세상과 그럼에도 달라진게 없는 삶이랄까?
    세상은 나아진 것 같고 나도 바뀐것 같은데 예전이 그리운
    전 아직 잘 모르겠어요. ㅋ

  3. 조커리즘 님의 말:

    근데 첫째줄
    매체에 반응—->매체의 반응
    ㅇㅇ 신경쓰여서….미안

  4. 냘냘 님의 말:

    저는 아직까지는 그닥이네요… 뭐 앞으로 계속 듣다보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딱 피치포크 정도 점수를 주고 싶어요

    각종 매체들의 하이프들도 좀 심한거 같구요

  5. moron 님의 말:

    살면서 내 인생이 왜 이리 ㅈ같냐 한탄하고 심각하게 자살할 생각 거의 매일하면서 사는 20대 후반은 이 음반에 정서적으로 처음부터 공감했습니다. 훌륭한 리뷰 잘읽었습니다.

  6. scattermusic 님의 말:

    [리뷰] Arcade Fire – The Suburbs 리뷰: “The Suburbs가 주는 감동이 이전 앨범들보다 잔잔할지라도, 그 감동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http://www.scatterbrain.co.kr/headline/4... #scatterbrain #brit_pop

  7. 쉴즈 님의 말:

    아이팟으로만 듣다가 오늘 라이센스 앨범을 샀어요.
    근데 해설지가…………………….
    ;;;;;;;;;;;;;;
    별로였음…

  8. 쉴즈 님의 말:

    누군가는 느껴봤을 감정들, 경험들을 건드리는 컨셉과 가사들이라 너무 좋은 것 같아요.
    형이상학적이거나 추상적인 가사들은 공감하기 어렵고, 시대비판 메세지를 담은 가사들은 공감도 되고 감탄도 나오나.. 개인적으로는 역시 가장 진정성이 느껴지는건 경험에서 우러나온 듯한 진솔한 가사들이 아닐까 싶네요.

    // 무대위에서 춤추면서 노래하는 레진은 정말 요정같았어요.

  9. 애니콜 님의 말:

    돈없어서 빨리못사고 어제샀는데
    처음들어도 좋고 다시들어도좋네여

  10. Caribou 님의 말:

    저는 걍 그랬어요ㅋ 1집에서 부왁했다가 2집에서 좌절했다가 3집에서 ‘그래도 몇 곡 건졌다’정도? ㅋㅋ BBC의 망할 평론가(ㅅㅂ)가 오케이컴퓨터 드립만 안쳤어도 훨 듣기 좋은 앨범이었을텐데 말이죠. 그 망할 드립때문에 조낸 긴장하고 들었거든요ㅋ 근데 웨인코인이 말한대로 아케파가 요즘 약간 허세를 부리는 것 같기도 해요. 워낙 거대해지고 있다 보니까 우쭐?해진 것 같기도 하고… 앨범이 1집처럼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보다 뭔가 인위적으로 짜여진 느낌이 나서 ‘명반’이 되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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