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페특집20] 지산, 펜타포트의 나머지 밴드들 공연 리뷰

FEATURE, HEADLINE, Live Report — By 로그스 on 8월 30, 2010 at 10:01 오후

한 달간 20여개(앞으로 나올 두어개의 글까지 포함하여)의 기사를 통해 뜨거웠던 2010년 여름 락페스티벌을 돌아본 스캐터브레인의 락페특집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기어가고 있다. 이번 글은 락페특집의 공연 리뷰를 마무리 짓는 기사로서, 앞선 19개의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밴드들에 대한 짤막한 리뷰들을 써보려 한다. 가보자.

# 1.

> 언제 : 2010년 7월 25일
> 어디 :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펜타포트 스테이지
> 누구 : 이한철

> 셋리스트

  1. Funk (Intro) ~ Destiny
  2. 차이나
  3. 시내버스 로맨스
  4. 좋아요 (Rock ver.)
  5. 명탐정 차차차
  6. Carnaval
  7. O’ My Sole
  8. 슈퍼스타
  9. 안아주세요

이한철은 아마 락페스티벌 무대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었던 아티스트 중 한명일 것이다. 게다가 본인은 불독맨션 시절의 단독공연부터 주욱 봐 왔으니, 국내 아티스트 중에서 공연을 가장 많이 본 아티스트가 아닐까 싶다. 그 만큼 그의 공연은 항상 즐거웠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의 공연이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 든다. 관객을 선동하는 그의 능력은 훌륭하지만 항상 거기서 거기고, “슈퍼스타” 이후로 새로운 히트곡도 탄생하지를 않으니 세트리스트도 거기서 거기다. 이번 펜타포트 공연에서 특히나 그러한 한계가 명확히 느껴졌다. 새로운 앨범을 통한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 평점: ★

# 2.

> 언제 : 2010년 7월 23일
> 어디 :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펜타포트 스테이지
> 누구 : 강산에

> 셋리스트

  1. 삐딱하게
  2. 예럴랄라
  3. 할아버지와 수박
  4. 내여자
  5. 와그라노
  6. 넌 할 수 있어
  7. 라구요
  8. 깨어나
  9. 쾌지나 칭칭나네
  10.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반면에 강산에는 그가 이룬 음악적 성과나 인기에 비해 좀체 락페스티벌 무대에서 만날 수 없었던 아티스트였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런 그가 펜타포트 무대를 통해 락페스티벌에 등장했다. 그의 공연을 보고 나니, 그를 락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없었던 이유를 더욱 알 수 없었다.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그의 노래들은 힘있는 목소리를 타고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전해졌고, 관객들은 “넌 할 수 있어”, “라구요”, “…연어…” 같은 그의 히트곡에 열광했다. 오랫동안 라이브를 해 온 아티스트 답게 관객들을 휘어잡는 퍼포먼스도 훌륭했다. 펜타포트를 통틀어 가장 신선했던 공연 중 하나. 앞으로 좀 더 자주 그를 락페스티벌 무대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평점: ★★★★

# 3.

> 언제 : 2010년 7월 25일
> 어디 :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펜타포트 스테이지
> 누구 : 이안 브라운Ian Brown

> 셋리스트

  1. I Wanna Be Adored
  2. Time Is My Everything
  3. Golden Gaze
  4. Keep What Ya Got
  5. Save Us
  6. Crowning Of The Poor
  7. Dolphins Were Monkeys
  8. Vanity Kills
  9. Love Like A Fountain
  10. Own Brain
  11. Longsight M13
  12. Marathon Man
  13. Sister Rose
  14. F.E.A.R
  15. Fools Gold
  16. Stellify
  17. Just Like You

확실히, 이안 브라운Ian Brown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 시절부터 그리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의 힘은 목소리보다는 곡 그 자체와 카리스마에 있었고, 사실 그걸로도 충분했다. 라이브 영상을 통해 그가 음정을 잘 맞춰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는 것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노래를 너무 못했다. 노래를 못하면서도 잘하는 보컬이 있는가 하면, 노래를 정말 못하는 보컬이 있는데, 이안 브라운은, 불행히도, 후자였다.

스톤 로지스의 전설적인 트랙 “I Wanna Be Adored”의 베이스 리프로 등장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가 노래를 시작하자 왠지 모르게 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Keep What Ya Got”, “Dolphines Were Monkeys” 같은 그의 솔로 히트곡들이 줄줄이 나와도 그러한 흐름을 막지 못했다. “다음 노래는 Dancing Shoes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능청스럽게 “Fools Gold”를 시작했지만 역시나 그의 노래가 발목을 잡았고, 노래의 핵심인 기타 연주도 존 스콰이어John Squire의 그것에 미치지 못했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던 옆 관객의 한마디, “야, 저 새끼 약하고 나온 것 같애.”

뭐, 나머지는 다 좋았다. 그는 특유의 몸동작으로 관객들의 사기를 북돋으려고 애썼고, 정말로 흥이 난 듯 무대 구석구석을 누볐다. 단정하게 깎은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가리키며 한국 이발소에서 잘랐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다 좋았다. 다 좋은데, 노래를 너무 못했다. 아, 안타까운 시츄에이션.

역대 록페스티벌 사상 최저 헤드라이너 관객임이 확실할 정도로 적었던 관객수도 공연의 분위기를 다운 시키는데 한 몫했다. 무대 끝 맨 앞줄에 의자를 가지고 와서 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 원. 현실/기대 비율로만 따지면 한국 최저임금 수준이었던 공연.

>> 평점: ★★

# 4.

> 언제 : 2010년 7월 23일
> 어디 :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펜타포트 스테이지
> 누구 : 크라잉넛

> 셋리스트

  1. 착한아이
  2. 서커스 매직 유랑단
  3. 귀신은 뭐하나
  4. 룩셈부르크
  5. 마시자
  6. 비둘기
  7. 오줌싸개 Genaration
  8. 보드카 서울 드라이빙
  9. 말달리자
  10. 밤이 깊었네

크라잉넛의 공연을 매년 한 두번 이상은 보지만, 2007년 펜타포트에서의 완벽에 가까웠던 셋으로 정점을 찍고는 계속 하향세를 걷고 있다. 여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게 실망스러웠던 최근작 불편한 파티다. “착한아이”, “귀슨은 뭐하나”, “비둘기” 같은 신보 수록곡들이 제 역할을 하기는 커녕 구멍을 만들어내니 셋이 느슨해 질 수 밖에.

다른 하나의 문제는 크라잉넛의 연주 자체의 문제다. 원래부터 크라잉넛은 펑크밴드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 밀도있는 연주를 보여주는 타입은 아니었다. 솔직히, 누가 크라잉넛을 연주실력 보러 가는가? 관객들이 크라잉넛에게 원하는 건 달리는 거다. 다 안다. 그렇지만, 좀 지나치다. 공연 중간 곳곳에서 연주나 보컬에서 실수가 나서 곡의 파워를 감소시켰고, 어떤 곡은 지나치게 빨랐으며(“착한아이”), 관객들의 흥을 유도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곡 자체가 너무 늘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룩셈부르크”). 이는 밴드가 전체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는 증거다. 크라잉넛은 재빨리 귀환하길 바란다, 오바.

>> 평점: ★★

# 5.

> 언제 : 2010년 7월 23일
> 어디 :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펜타포트 스테이지
> 누구 : 갤럭시 익스프레스

> 셋리스트

  1. 개구쟁이
  2. 요즘 개들은 짖지 않는다
  3. 오늘밤 너와
  4. 진짜 너를 원해
  5. 난 어디로
  6. 아이러브 락앤롤 (feat. 정인)
  7. 커몬 앤 겟 업
  8. 지나고나면 언제나 좋았어
  9. 로스트 데이즈
  10. 정글더 블랙 + 바이바이플래닛

조금 부끄러운 발언이지만, 펜타포트에서 갤럭시 익스프레스 공연을 처음 봤다. 그토록 공연을 많이 하고, 또 잘한다는 얘기를 무수히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그렇게 됐다. 그리고 그들은 탈진록큰롤이라는 컨셉에 걸맞는 ‘지랄발광’(이 보다 더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의 공연을 했다.

>> 평점: ★★★★

# 6.

> 언제 : 2010년 7월 23일
> 어디 :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드림스테이지
> 누구 : 라이크The Like

> 셋리스트

  1. Catch Me If You Can
  2. He’s Not A Boy
  3. Release Me
  4. Why When Love Is Gone
  5. Walk Of Shame
  6. Narcissus In A Red Dress
  7. I Can See It In Your Eyes
  8. Fair Game
  9. Wishing He Was Dead
  10. Sqvare One
  11. In The End
  12. Trouble In Paradise
  13. Don’t Make A Sound
  14. Let’s Spend The Night Together

이들의 2번째 앨범이 상당히 괜찮았기에, 라이크The Like는 펜타포트 첫째날 스테레오포닉스Stereophonics를 제외하고 가장 기대했던 밴드였다. 그렇지만 이들은 외모는 출중했으나, 공연 자체는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첫번째는 이들의 라이브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는 점. 2집까지 낸 밴드이긴 하지만 공백 기간이 길었던 탓인지, 연주실력이나 멤버간의 호흡이 그리 좋지 못했다. 두번째로, 더 큰 문제점은, 펜타포트 드림스테이지의 사운드 퀄리티가 나빴다는 점이다. 사운드 테스트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사운드를 책임져야 할 엔지니어는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라이크 공연시의 사운드 밸런스는 가히 최악이었다. 라이크의 매력포인트인 보컬의 화음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으며, 키보드 소리 또한 너무 작아서 핸드싱크를 하는 것으로 착각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앨범에 수록된 원곡의 기억을 살려 혼자 머릿속에서 재구성해서 즐기는 게 고작이었다.

라이크의 다른 라이브 영상을 찾아본 결과 이들이 출중한 라이브 밴드는 아닐지라도, 펜타포트 공연 수준은 아니었기에 두번째 요인이 이들의 공연에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아쉽다. 쩝.

>> 평점: ★★

# 7.

> 언제 : 2010년 7월 25일
> 어디 :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드림스테이지
> 누구 : 뜨거운감자

> 셋리스트

  1. 각설탕
  2. 생각
  3. 비눈물
  4. 구름
  5. 봄바람따라간여인
  6. 고백
  7. 시소
  8. 좌절금지
  9. 맛좀봐라

뜨거운감자가 서브스테이지 헤드라이너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데에는, 올해 너무 대박을 쳐서 이제는 지겨워져버린 “고백”의 힘이 컸다. 많은 사람들이 그 노래를 라이브로 듣기 위해 드림스테이지를 찾았고, 뜨거운감자 셋 내내 관객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두근거림이 서려있었다.

확실히, “고백”에서의 떼창은 오아시스Oasis의 “Don’t Look Back in Anger”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고, 김C도 그에 충분히 감동을 받은 것 처럼 보였다. 문제는 “고백”이 셋의 2/3 지점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고백”으로 정점을 찍은 셋은 곡 직후에 많은 사람들이 메인 스테이지로 빠져나가며 힘을 잃었고, 이는 뜨거운감자가 아직 락페스티벌에서 이정도의 셋으로 관객을 압도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 평점: ★★★

# 8.

> 언제 : 2010년 7월 24일
> 어디 :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드림스테이지
> 누구 : 10cm

> 셋리스트

  1.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2.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3.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4. 헤이 빌리
  5. 킹스타
  6. 담배왕 스모킹
  7. 아메리카노

요즘 여성 리스너들에게 가히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10cm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니, 브로콜리너마저가 생각났다. 다른 게 아니라 브로콜리너마저가 앵콜요청금지 EP를 내고 처음 락페스티벌 무대에 섰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제 막 데뷔 EP를 발매한 10cm의 공연은 훈훈했고, 열정적인 팬들은 이들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공연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여기가 펜타포트인지 GMF인지 헷갈릴 정도로 말이다. 10cm가 과연 힘 빠진 브로콜리너마저를 대체할 소년듀오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평점: ★★★★

# 9.

> 언제 : 2010년 8월 1일
> 어디 : 지산밸리 락페스티벌, 그린 스테이지
> 누구 : toe

> 셋리스트

1. ラストナイト (라스트 나잇)
2. 1/21
3. グッドバイ (굿바이)
4. New Sentimentality
5. 孤独の 発明 (코도쿠노 하츠메이)
6. I Dance Alone
7. I Do Still Wrong
8. エソテリック (에소테릭)
9. Long Tomorrow
10. Path

toe의 공연 광경은 다른 여느 페스티벌 공연과는 달랐다. 일단 배치. 일반적으로는 앰프를 벽처럼 쌓아놓고 락앤롤 스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지는 못하더라도, 관객을 바라보고 관객을 흡입하려는 배치를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toe는 그리 크지도 않은 서브 스테이지 무대를 다 쓰지도 않고 중앙에 모여, U자를 뒤집어 놓은 모양으로 앰프와 악기를 배치했다. 마치, 아늑한 연습실을 보는듯한 분위기였다. 거기에 각종 멘트와 율동을 하기는 커녕, 멘트, 심지어 노래 조차 그리 많이 부르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들의 세계를 향한 무서운 집중이 있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티스트는 자기만족의 세계로 빠져들고 관객들은 멍 때리고 머리 위에 ‘…’ 풍선을 올리기 십상이지만, toe의 공연은 그렇지 않았다. 관객들은 자신들의 세계에 빠져든 toe를 보면서 같이 그 세계로 빠져들어갔다. 변칙적인 박자와 다양한 악기를 이용한 환상적인 호흡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가슴 벅차게 하는 떼창은 전혀 없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평점: ★★★★

Tags: , , , , , , , , , , , , , , , ,

댓글 2개

  1. ( ╹ ◡ ╹ ) 님의 말:

    toe 또 보고싶음

  2. 즐거울락 님의 말:

    아 toe 할때 코린과 뮤즈때문에 양쪽에 사람들 바글바글거려서 결국 빅탑을 사수하느라 못봤네요.. 아쉽.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