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ibs – In the Belly of the Brazen Bull

Albums, HEADLINE, REVIEW — By 로그스 on 7월 11, 2012 at 8:30 오전

>> 아티스트: The Cribs

>> 앨범: In the Belly of the Brazen Bull

>> 발매년도: 2012

평점: 85% 

한국 페스티벌사에서 가장 신기했던 라인업은 2009년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하 GMF)에 크립스The Cribs가 참여한 일이었다. 물론, 스미스The Smith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인 쟈니 마Johnny Marr가 당시에 크립스의 멤버였다는 점이 섭외의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크립스와 GMF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당시 불독맨션스윗소로우 사이에 크립스가 끼어있는 라인업만봐도 뭔가 잘못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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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결과적으로 크립스와 GMF의 결합은 실패였다. 공연이야 나쁘지 않았지만, 크립스는 무대에서 핏대를 올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크립스가 누군지도 모를 대부분의 관객들은 살랑살랑한 기분으로 돗자리에 앉아 감상을 하고 있으니 공연 분위기가 날리가 있나. 그러나 이건 반드시 GMF의 잘못은 아니었다. 근본적으로는 크립스와 쟈니 마의 결합 자체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쟈니 마가 참여한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이 된 Ignore the Ignorant는, 실패작은 아니었지만 어색한 앨범이었다. 쟈니 마 특유의 기타플레이는 언제 어디서 들어도 멋졌지만, 여러 겹의 레이어가 깔린 그의 기타트랙은 크립스의 날카롭고 야생적인 에너지를 반감시켰다.

그리하여, 크립스는 5번째 앨범 In the Belly of the Brazen Bull에서 다시 3형제 밴드로 돌아왔다. 단순히 멤버만 돌아온게 아니라 사운드도 돌아왔다. 쟈니 마 스타일의 쟁글거리는 기타 사운드나, 여러 번 엎어 쓴 기타 레이어는 없다. 대신 디스토션이 걸린 한 대의 기타가 공격적인 사운드를 뿜어낸다. 직선적이고 강력하다. 그런 측면에서 위저WeezerPinkerton의 프로듀서였던 데이비드 프리드만David Fridmann을 프로듀서로 선택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다. 지글거리는 사운드와 귀에 꽂히는 훅의 결합이라는 공식을 Pinkerton보다 멋지게 구현해 낸 앨범이 또 있던가.

5장의 앨범을 내는 동안 크립스는 자신만의 색깔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단촐한 사운드위에서 당장 지구가 멸망할 것 같은 목소리로 강력한 훅을 내지르는 크립스의 스타일은 이번 앨범에서 더 업그레이드 됐다. 첫 싱글인 ‘Come On, Be a No-One’부터 시작해서 ‘Anna’, ‘Chi-Town’, ‘Glitters Like Gold’ 등 앨범의 거의 모든 곡은 바로 따라부를만한 훅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잘 쓴 멜로디를 넘어서, 때려잡아도 크립스일 수 밖에 없는 훅이라는게 강점이다. 데뷔앨범과 비교해보면 송라이팅 능력도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곡의 퀄리티가 코러스 뿐만 아니라 곡 전반에 고르게 퍼져있어서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Confident Men’이나 앨범의 마지막을 옴니버스의 형태로 마무리하는 네 파트짜리 대곡처럼 크립스 특유의 스타일과 살짝 벗어난 성숙한 사운드도 곧잘 해낸다.

2000년대 초중반을 강타했던 수많은 기타밴드의 유행이 지나가고 이제 살아남은 밴드들은 몇 되지 않는다. 그 중 하나가 크립스라는 사실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아무리 멋진 앨범을 만들어도 자신만의 색깔이 없다면 원-힛-원더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자신만의 음악적 팔레트를 확실히 가지고 있다면 몇 번 실패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당연하다. 그런 음악을 다른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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