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내한공연 후기
FEATURE, HEADLINE, Live Report — By 고체 on 2월 29, 2012 at 1:15 오전더 페인스 오브 비잉 퓨어 앳 하-트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라니, 이름 한 번 길다. 사실 이 밴드의 이름은 ‘내가 싫어하는 밴드 이름’ 카테고리의 첫번째에 속하는데, 도대체가 이름이 너무 길어서 친구들한테 소개를 해줄 수가 없는 것이다(싫어하는 밴드 이름 카테고리의 다른 예로는 ‘너무 간단해서 구글에서 검색이 안되는 놈들(위민Women, 테니스Tennis, 걸스Girls, 드럼스The Drums 등)’과 ‘특수문자가 들어가서 읽기가 힘든 놈들(Beak>, Sunn O)))등)’이 있다) .
양키 친구들도 그런 사정은 마찬가지인지 구글을 뒤져보니 다들 TPOBPAH라고 줄여서 부르더라. 그러니 이 글에서는 앞으로 ‘더 페인스 오브 비잉 퓨어 앳 허-트’를 ’페인스’로 줄여 부르기로 하겠다. 어쨌든 그들의 브이홀 내한이 있었던 화요일, 나는 실수로 롤링홀 앞에 도착해버렸고 곧 쌍욕을 하면서 브이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길을 못찾아서 한참을 헤매던 와중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에서 베이스를 담당하시는 임병학씨를 발견, 조용히 뒤따라가서 브이홀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ㅋ ㅋ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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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공연 by 고체
이 날 공연의 컨셉은 아마도 ‘괴상하고 긴 이름의 밴드 특집 페스티벌’이었던 것 같다. 페인스 이외에도 바이 바이 배드맨, 9와 숫자들,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등 네 팀이 오프닝 게스트로 나와 총 3시간 반에 이르는 공연을 펼쳤다. 티켓값이 7만원 내외였던 점을 감안하면 정말 경제적인 공연이 아닐 수 없다.
지하 3층의 브이홀은 원래도 그 사운드의 질에 있어서 악명이 높은 곳이었지만, 이들 오프닝 게스트들은 오늘 그런 악조건에 맞서 믿기지 않을만큼 좋은 사운드와 공연을 보여주었다. 얼마 전에 1집을 발매한 바이 바이 배드맨과 9와숫자들은 물론이고, 속옷밴드는 뒤돌아 앉아 정신이 혼미해지는 포스트락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오늘 이 ‘괴상하고 긴 이름의 밴드 특집 페스티벌’에서 가장 멋진 라이브를 보여준 팀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였다. 원래도 재미있는 라이브로 유명한 이 팀은 느슨한 그루브가 느껴진 앨범보다 훨씬 락킹한 사운드를 들려주며 관객들의 신명을 돋구었다(구남의 음악과는 ‘신명’이나 ‘흥’같은 단어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2집의 첫번째 트랙인 ‘건강하고 긴 삶’으로 시작된 그들의 라이브는 ‘아침의 빛’을 포함한 1집과 2집의 여러 곡들을 거쳐 ‘남쪽으로 간다’로 끝을 맺었다. (앨범과는 다른) 사운드부터 (뽁뽁이로 어깨를 보호한 베이스의) 복장, (기타가 무대를 종횡무진 휘젓고 귀여운 키보디스트가 춤을 추는) 쇼맨십까지, 심지어 내가 발딛고 서있는 이 곳이 브이홀인 것도 까먹을 정도로 훌륭한 라이브였다. 나는 아까 임병학씨의 뒤를 쫓아 이 곳에 온 것이 좋은 선택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수줍어서 얼굴을 안보여주는 속옷밴드…>
공연 중간중간의 무대 세팅 시간에는 페인스의 공연 포스터와 사진이 나왔다. 스티키 몬스터 랩에서 만든 페인스의 공연 포스터는 귀엽고 다 좋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화면에 ‘NEXT :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rat’라고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헤라트에서의 순수함을 위한 고통이라니, 왠지 중동이나 이슬람이 떠오르는 이름이지 않는가?
(나중에 찾아보니, 헤라트Herat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의 이름이었다. 하하!)
그리고 약 30분 가량의 기다림의 시간 끝에 오늘의 주인공 페인스가 무대에 등장했다. 그들은 원래의 밴드원 4명과 함께 키보디스트 페기 왕Peggy Wang의 남자친구이자 드럼스the Drums의 기타리스트인 코너 행윅Connor Hanwick을 기타 세션으로 쓰는 5인조의 구성이었다.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내한공연 셋리스트, 2012 / 2 / 21
1. This Love is Fucking Right
2. Belong
3. Higher than the Stars
4. the Tenure itch
5. Heart in your Heartbreak
6. Say No to Love
7. Falling Over
8. Come Saturday
9. Young Adult Friction
10. A Teenager in Love
11. Heaven’s Gonna Happen now
12.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Encore
13. Contender
14. My Terrible Friend
15. Everything With You
16. Strange
첫 곡 ‘This Love is Fucking Right’가 시작하자마자 관중들은 머리로 망치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게 된다! 충격의 첫 번째 이유는 ‘원래 알고는 있었지만 보컬놈이 노래를 너무 못부른다’였고, 두 번째 이유는 ‘원래 알고는 있었지만 브이홀 사운드가 너무 구리다’는 것이었다. 보컬은 맥아리도 없고 음높이도 없는 목소리도 노래를 부르는둥 마는둥 하면서 라이브를 시작했다. 아니다. 사실 노래는 참 열심히 부르는 것 같았는데 보컬이 잘 안 따라주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보컬이야 그렇다 치는데 앞의 네 팀이 겨우겨우 사수해 낸 브이홀의 음향은 페인스의 차례가 되자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매초 5,552톤 떨어지는 물처럼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찢어지는 듯한 음들이 귀에 참으로 거슬렸다. 트위터에는 ‘브이-홀의 이름을 애스-홀로 바꾸자’ 등등의 이야기가 나왔으므로, 이 극악한 사운드는 나만 느낀 것은 아니었나보다.
그러나 그런 사운드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페인스는 열성적인 라이브를 보여주었다. 보컬 킵 버먼Kip Berman은 흥에 겨워 열성적으로 기타를 긁으며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고, 한국의 팬들은 열광적인 반응으로 그에 응답했다. ‘Heart in your Heartbreak’를 비롯한 몇몇 곡에서는 떼창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셋은 1집과 2집에서 고루고루 나왔으며, ‘Higher than the Stars’처럼 EP에서도 몇 곡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가도 사운드는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악기 간의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았다. 돌아보니 공연장 저 뒤의 사운드 엔지니어는 나중에는 사운드 잡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중간의 한 두 곡 정도가 괜찮게 들렸을 뿐이다.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를 마지막으로 원 셋을 끝마친 밴드는, 곧이어 킵 버먼의 솔로 기타로 ‘Contender’를 들려주며 앵콜을 시작했다. 기타가 한 대 뿐이라서 그런지, 이번 공연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노이즈팝 밴드가 기타 한 대만을 두고 연주한 곡이 가장 괜찮게 들렸다니 이거 뭔가 슬프지 않은가?
게스트 네 팀에 페인스의 공연까지, 좋을.. 수 있었지만 사운드가 너무 안타까운 공연이었다. 아마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페인스에게는 사운드의 아쉬움을 만회할 2 라운드가 준비되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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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쨋날 (애프터 파티 @스트레인지 프룻) by 아다마
사실 대부분의 관객들은 본 공연에만 신경썼지, 그 다음날 80명 한정으로 진행된다던 애프터파티 같은건 거들떠도 안봤을 것이었다. 80명 한정이라고 강조했건만, 결국 매진도 안되었던 그 ‘파티’가 사실 페인스의 라이브를 제대로 즐기기엔 더 적절한 무대였다.
언제나 괜찮은 레벨의 공연을 보여주는 얄개들도 늘 그렇듯이 좋은 공연을 했다. (킵 버먼이 얄개들의 공연에 찬사를 보내며, “근데 이런 음악은 한국에서 인기 없지 않나요?” 라는 예리한 멘트를 덧붙였다는 후문이다.)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공연은 관객과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상태로 진행되었고, 정말 손에 잡힐만한 위치에서 페인스의 라이브를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공연장이 바뀐 덕분에 듣는사람의 귀와 마음에 모두 폭풍우를 몰고왔던 전날의 공연과는 다른, 납득할만한 사운드의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애프터파티에서의 공연에 대해 특별히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셋 리스트는 ‘Heart In Your Heartbreak’를 제외하면 전날 불렀던 1집, EP앨범 노래로 채워졌고 공연시간은 약 30분 정도였다.
공연 후 팬들과의 인사와 (알아서 즐기는) 뒷풀이가 있었지만 드러머 커트Kurt Feldman는 피곤한 표정으로 금세 자리를 떠났다. 알렉스Alex Naidus는 묵묵히 장비를 치우면서 가끔씩 팬들과 사진을 찍었고, 완전 성격좋아보이는 페기와 킵은 싸인이면 싸인, 사진이면 사진 등등 팬들의 부탁을 전부 다 들어줬다. 특히 킵은 직접 팬들을 챙기면서 분위기를 주도했고, 나름 훈훈한 술자리가 잠시 이어지는 것으로 페인스의 한국에서의 일정은 모두 마무리됐다.

<알밤주 무료 시식회 행사중인 킵>
Tags: 9와숫자들,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바이바이배드맨, 얄개들,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 페인스, 페인스 오브 비잉 퓨어 앳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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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잘봤습니다. 아직도 그날의 롤링홀에서의 사운드를 생각하면 귀가 쏜다는…
아니 롤링홀이 아니고 브이홀 ㅋㅋㅋ 저도 헷갈리네요
오프닝 밴드들도 사운드 후지더만요(페인스가 워낙 구려서 상대적으로 낫게 들렸던 것 뿐이지). 근데 어이가 없던건 사운드 후지다고 트윗에 올린거에 ‘페인스는 페인스 쪽 엔지니어가 해서 그렇고 앞쪽 밴드는 내가 듣기에 괜찮았다’류의 해명 멘션을 보내던데 어이를 상실… 하울링도 못잡는데 무슨… 몇년째 이따윈데 이 무슨…
브이홀 진짜 날잡고 갈아엎어야하는데말이져
그쵸, 브이홀’치고’ 좋았던거지…
아오 브이홀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