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Radiohead – Lucky

Best: Radiohead, FEATURE, 기획물 — By 쉴즈 on 8월 27, 2012 at 6:01 오후

이런 고민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왜 우울한 노래만 좋아하는 걸까. 그게 라디오헤드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원래 그런 아이이기 때문일까.

10년 전. 라디오헤드를 처음 접했던 것은 이제 겨우 브릿팝을 접하며 소위 ‘명반’이란 것들을 마구잡이식으로 들어보던 중학생 때였다. <Rolling Stone>이나 <Q Magazine>에서 뽑아대는 “500 Greatest Albums of All Time” 또는 “The Greatest Guitarists of All Time” 같은 순위 놀음을 형광펜을 쳐가며 외웠다. 무얼 하나 좋아하기 시작하면 공부하듯 빠져드는 것은 그 이전부터 앓아온 증상이었다. 지금으로선 그 때 내가 처음으로 샀던 앨범이 [The Bends]였는지, [OK Computer]였는지 기억을 더듬어가기 힘들지만, 분명한 건 난 그리 어렵지 않게 라디오헤드를 좋아하게 됐다는 것이다.

나는 여타의 라디오헤드 팬과는 달리 [The Bends]보다는 [OK Computer]가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매거진에서 나온 순위에서 3집이 항상 최상위권에 랭크되어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OK Computer]는 모든 트랙은 물론이고, 그 배열이 어떤 앨범보다 구조적으로 잘 짜여 있었다. 너무 ‘완전체’ 같아 비현실적이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때 느꼈던 감정은 미(美) 보다는 ‘숭고’에 가까웠다. 그 후로는 유럽 여행을 하며 접했던 카라바조의 “성 마테 3부작”을 보며 느꼈던 ‘엄숙함’ 정도가 비슷했을까. CD를 틀어놓고 방안에 누워 있노라면, 내 몸뚱아리는 급격히 수축되어 오금이 저려오는 것 같았다. 마음을 다스리거나 기분 전환을 위해 듣는 줄로만 알았던 음악이 그리도 긴장되고 불편할 수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Lucky”는 아주 효과적이었다. 나는 비좁은 내 방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있었다. 그것은 환부를 단숨에 찾아내 조지지도 않았고 내 반응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저 중첩된 거대한 덩어리를 더듬거리는 “Elephant (구스 반 산트, 2003)”같았다. 슬플 때 애써 밝은 음악을 찾는 것 보다는 심연 깊숙이 내려가 침잠해있을 때야말로 비로소 나 자신과 조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갈 때 쯤, 나는 ‘더 슬퍼지기 위해’ 계속 라디오헤드에 열중해야만 했다. 아무에게도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다면, 나는 반 아이들 누구도 관심 없는 음악을 들으며 나의 세계를 만들어 가야만 했던 것이다. 그 때 나는 이미 누구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고, 나 또한 완전히 이해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I’m on a roll 난 잘 되어가고 있어 / I’m on a roll this time 난 잘 되어가고 있어 / I feel my luck could change 나의 운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 (중략) it’s gonna be a glorious day 영광스러운 날이 될거야”

하지만 여전히


“we are standing on the edge 우린 벼랑 끝에 서 있어”

삶이란 그런 것 같았다. 아등바등 해봐야 여전히 벼랑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거나 평생 오르막길에서 온몸으로 받쳐가며 바위를 굴리며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잡히지 않는 희망을 주는 것보다는 이 편이 훨씬 덜 상처 입는 방법이었다.

Radiohead – Lucky (Live @ Glastonbury 2003)

매우 오래전 인터뷰이긴 하지만 라디오헤드 멤버들이 이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것을 본 적이 있다. 초기 곡들을 거의 부르지 않는 요즘에도 “Paranoid Android”나 “Karma Police”같은 대히트 싱글도 아닌데 셋리스트에 심심찮게 ”Lucky”가 보일 때면, (“The Gloaming”이 6집 첫 싱글이 될 뻔 했다는 인터뷰를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너’와 나는 통했다는 되도 않는 동질감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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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1. 아라바커스 님의 말:

    이거 지금 써도 되는 거였어요?

  2. 홍미필 님의 말:

    아 럭키.. ㅠ 저도 고등학생일때 그랬는데..

    뻥뚫리는 듯한 숭고미가 느껴지는 노래예요.

  3. 홍미필 님의 말:

    아 이글 읽고 오랜만에 럭키만 집중해서 들어보니까.. 진짜 졸라 완벽한 노래네요.ㅠㅠ

    • 쉴즈 님의 말:

      진짜 짱이죠..
      아직도 럭키들으면 가슴이 쿵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울렁거리기도 해요
      정말 수없이 들었던.. 이번 지산에서도 기대했는데 럭키
      안해준건 아쉽긴 하지만 공연자체에 너무 만족하다 못해 죽고싶을정도로 좋아서 ㅋㅋ 다시 라헤빠 하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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